정치가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이 세도로 변하면 원망의 대상이 되어 버리고 만다. 정치는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치를 정치(正治)라고 하는 것이다. 정치의 정(政)은 곧 정(正)이다. 정치는 바로잡는 것이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고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리다는 것을 정치인이 알면 그는 정치를 정치(正治)로 다스릴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치(政治)꾼은 다스리는 것은 군림하는 것이고 군림하자면 호령을 해야 한다고 우긴다. 이런 무모한 고집 탓으로 잘못된 정치가 세상을 어지럽히게 된다. 폭군이나 독재자들은 백성을 억눌러 놓고 권력은 손아귀에 틀어쥔 무리들만 물을 만난 고기처럼 떼를 지어 패를 가르게 하고 당을 만들어 이익집단을 모으게 한다. 그러면 백성을 편안하게하고 나라를 튼튼하게 하는 정치는 사라지고 결국 나라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이처럼 정치꾼들이 범하는 죄는 하늘에 닿는다.

임금의 시대에는 임금의 눈에만 들면 높은 벼슬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백성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법조문으로 본다면 백성이 임금이 되어 있는 세상이다. 적어도 선거철만은 백성이 임금처럼 된다. 그러나 표를 찍고 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백성의 머슴이 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군림하려는 정치판을 벌이고 이패 저패로 나누어 입씨름을 하면서 안으로는 실속을 챙기는 꼴만 보여준다고 백성들은 불평하게 된다. 이러한 정치 꼴을 성인들이 보면 무어라 할까? 정치가 직업이 되어서 그렇다고 퉁을 줄 것이다. 정치란 백성의 배를 부르게 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는 것이며 백성들을 믿게 하는 것이다. 올바른 정치가 되자면 이러한 것들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제일 중한 것은 백성으로부터 믿음을 얻어야 한다. 정치가들이여! 이러한 말을 웃기는 얘기라 할 것인가?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정치는 해야 할 것이요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는 무엇보다 백성의 신임을 얻어야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가 아닌가. 왜 우리의 정치는 항상 불신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가! 스스로 가슴 깊이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꾼은 정치(征治)라는 직업을 버려야 할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무사를 병졸이라고 하지만 개인을 지키는 무사는 졸개라고 한다. 졸개는 깡패에 불과하고 병졸은 떳떳한 군인이다. 졸개는 주인의 하수인이고 졸개의 주먹은 미친개의 이빨이나 같다. 이대통령 밑에서 권세를 누렸던 이기붕의 졸개로 있었던 이정재를 아는가. 권문에 사냥개 노릇을 하면서 밤이면 요정에서 임금처럼 굴고 골목에서는 주먹대장으로 행패를 부리면 부자들이 돈 보따리를 싸다 바쳤단 그 이정재를 아는가! 주먹의 힘만 믿고 홀로 거닐었던 시라소니가 있었다. 일대일로 붙으면 이겨낼 깡패가 없었다. 치고받는 기술이 거의 신기에 가까워 시라소니의 무술은 장안에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시라소니는 깡패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도둑의 무리에도 도가 있다고 도척이 말했던 것처럼 깡패의 무리에서도 ‘의’ 라는 것이 있다. 시라소니는 주인을 함부로 정하질 않았다. 상전으로 모실만한 위인을 찾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정재는 권문세도의 개가 되어 짖으라 하면 짖었고 물으라 하면 물었다. 이러한 이정재를 시라소니는 무시하고 경멸했다.

이정재의 주먹과 시라소니의 주먹은 질은 같았지만 그 모양은 달랐던 셈이다. 시라소니는 깡패라면 깡패로 그치면 된다고 믿었던 주먹이고 이정재는 주먹으로 출세를 하여 정치가가 된다고 믿었던 정치깡패였던 까닭이다. 정치와 권력을 하나로 아는 사람들은 패권을 노린다. 패권이란 무엇인가? 힘으로 모든 것을 눌러 짓밟아 모든 것을 약자가 되게 하여 무릎을 꿇게 한다는 야심에서 비롯되는 힘의 신앙이다. 가장 강한 것이 가장 약하다는 말이 있다. 힘만을 믿는 자가 겉으로는 가장 겁이 없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제일 무서워하고 제일 두려워하는 자가 패권을 노리는 무리들이다. 그러한 무리들은 졸개들이 망을 보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눈을 감지 못한다. 못할 짓을 밥 먹듯이 했으니 보복이나 앙갚음이 두렵고 무서워 밤잠을 설친다. 왜 맞은 놈은 발을 펴고 잘 수 있어도 때린 놈은 숨어서 웅크리고 자는가?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

주먹으로 장안을 주름잡았던 이정재가 왜 잠자리만은 비밀에 붙였던가? 다른 주먹이 두려웠고 다른 칼이 무서워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닌가. 포악한 깡패나 잔인한 패권의 무리들만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며 속으로 겁이 나서 벌벌 떨뿐이다. 하늘을 우러러 거리낌이 없는 군자는 꺼릴 것도 없고 걸릴 것도 없다. 그래서 군자(君者)가 대통령ㅇ이 되어야 좋은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알아야 한다.



/윤한솔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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