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5년을 맡길 18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며칠 후면 대선 후보들 간 TV 토론이 시작될 것이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내용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왜 대통령이 되어 보겠다고 나선 일면식도 없는 낯선 정치인들을 위해 투표를 해야 하는 걸까?

사실 투표는 자신만의 이익에 민감한 개별 유권자들에게는 그다지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행동은 아닐 수도 있다. 유권자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대가로 얻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개인적으로도 지금껏 많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를 하고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에게 투표를 했고 일부 필자가 투표한 후보는 당선도 되었지만 나의 개인생활에 별달리 변화를 준 것은 없는 듯하다. 마치 2002 월드컵에서 바쁜 개인 일정에도 불구하고 뜬눈으로 밤새우며 대한민국의 4강의 신화를 지켜보았지만 나의 개인 생활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 것과 유사하다. 사실 나의 한 표가 대선과 같이 수천만 표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선거에서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너무 낮아서 투표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고를 감수하고 투표를 한다.

정치가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물가를 한번 보자. 일본의 물가는 OECD에 속한 국가들의 평균 물가에 비해 40%나 높다고 한다. 일본에서 특히 식료품 가격이 비싸진 이유는 농촌의 선거구는 도시 선거구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한 투표수만으로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에 보낼 수 있는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어 농촌 거주 일본인들은 자기들의 국회의원을 통해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이고 이를 통해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높게 함으로 해서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에 따른 비용으로 도시 거주민들은 음식을 사기위해 다른 나라 도시 거주민들 보다 더 많은 고액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정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줄 수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꽃은 당연히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권력을 쥐어 줄 이 한 표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을 해왔다. 영국도 17세기에는 신흥 상업계급이 토지 귀족들의 정치권력 독점을 깨기 위해 돈으로 표를 사는 관행이 많았고 19세기 미국에서도 유권자는 자신의 선택대로 표를 팔 수 있는 자유가 있고 그런 행동은 정당하다고 신문에 기고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미국에서는 비밀 투표제도가 도입되면서 유권자를 직접 매수하는 행위가 사라졌다. 그 이유는 정치가들이 유권자가 약속한대로 자기에게 투표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뇌물을 주어야 할 관료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뇌물 대신 로비로 전술을 전환하였다고 한다. 로비는 단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법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뇌물보다 훨씬 더 비율 효용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많은 주체들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진정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줄 후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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