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밤에는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리나라 U-19 축구대표팀이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차지한 낭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19팀은,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 카이마에서 열린 강호 이라크와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전도 1대1로 비기고 승부차기 끝에 4대1로 완승하고, 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모처럼 통쾌한 소식이 온 국민을 신바람 나게 하였다.

안타깝게도 전반 35분에 이라크의 카라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후반 추가시간까지 패색이 짙게 하기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추가시간도 거의 끝나갈 무렵 문창진이 완벽한 개인기에 이은 절묘한 슈팅으로 기적 같은 동점골을 성공시켰을 때 한밤중인 것도 잠시 잊고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연장전에 이어 벌어진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선수는 양쪽 모두 성공하고, 두 번째는 우리는 성공했는데 이라크 선수가 찬 공은 허공으로 날아갔을 때 꿈이냐 생시냐 했다. 유명한 선수인데도 실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부담이 되는 것이 승부차기이다. 세 번째 선수도 우리는 성공하였는데 이라크 선수가 찬 공을 우리의 이창근 선수가 몸을 날려 쳐냈고, 4번 키커 우주성 선수의 슛이 골 그물을 가르면서 기적 같은 통쾌한 우승 드라마가 완성되었을 때 무척 자랑스러웠다. 종료 직전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투혼으로 몸을 던진 끝에 얻어낸 값진 우승이었다.

이 대회 우승으로 우리나라는 내년 6월 터키에서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아시아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하게 되는 영광도 차지하여 더욱 기쁘다. 이라크의 홈이나 다름없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에서 일방적인 응원과 텃세와 악명 높은 침대축구를 극복하고 쟁취한 감동의 승리였다. 강호 이란과의 8강전 중계방송을 볼 때도 무척 걱정되었다. 이란이 막강한 팀이고 중동이라서 모든 조건이 불리하였다. 우리 월드컵 대표팀도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패하여 본선 진출까지 위협받는 악몽도 생각난다.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이란에게 4대1로 완승을 거둔 후, 4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우즈벡을 3대1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어린 태극전사들이 무척 대견스럽다. 이라크의 전력도 위협적이었다. 8강전에서 일본을 2대1로 물리치고, 4강전에서 호주에게 2대1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오른 것이다. 4강까지 주어지는 FIFA U-20 월드컵 출전도 일본은 이라크 때문에 탈락될 정도였으니..

이런 영광이 있기까지에는 선수들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이고,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성인 축구가 아닌 유소년과 청소년팀을 지도해온 이광종 감독의 수훈이다. 2년 전 이 대회 4강에서 북한에 패하며 결승진출에 실패한 아픔을 조금은 치유하고, 월드컵 대표가 이란에게 패한 것도 다소나마 설욕할 수 있었다. 이광종 감독의 인터뷰처럼 이제 시작이다. 내년 FIFA U-20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우리 올림픽대표가 런던올림픽에서 우리 축구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차지한 것처럼!

아직도 학교폭력 등 청소년 비행이 많아 가슴 아프게 한다. 이럴 때 유소년 축구처럼 스포츠클럽 등을 활성화하여 학생들의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비롯해서 학력과 바른 품성도 기르고 학교폭력 같은 청소년 범죄도 예방하는 알찬 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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