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무용 천안시장이 간부회의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有德者(유덕자) 必有言(필유언), 有言者(유언자) 不必有德(불필유덕)’이라고.

논어의 헌문(憲問)편에 나오는 말로 풀어보면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훌륭한 말을 하지만, 훌륭한 말을 한다고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다시 생각하면, ‘덕이 있어 그 말이 훌륭한 경우와 덕은 없고 단지 말재주만 있는 경우로 사람을 평가할 때 단순히 그 말만 듣고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성 시장이 이 문장을 꺼내든 것은 두 가지 뼈있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천안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가을철에는 지역축제를 비롯해 대형행사를 치르고, 천안도 전국 최고의 춤축제인 135만 명이 찾은 흥타령축제와 2012대한민국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가 마무리됐다.

행사를 치르면서 누가 맡은 일과 조직를 위해 헌신적이었는지, 충실했는지를 다 파악하고 있는 자치단체장들의 귀에공헌도도 없으면서 고생은 혼자 다 한 것처럼 떠벌리면서 논공행상에 무임승차하려는 인물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다 알고 있으니 나대지 말고,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경고다.

각종 국제대회와 국제 대형행사를 치르면서 10년차 시장직을 맡고 있으면 창공에서 지상에 움직이는 물체를 파악하는 매의 눈을 가지고, 직원들이 누가 ‘알곡’이고, ‘쭉정이’인가를 식별할 정도의 안목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1월 초와 7월 초를 시점으로 하는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승진대상자들에게 지금은 내년 초 인사와 관련해 중요한 시기이다.

승진대상에 포함된 무능력자들은 인사권자와 인사실무부서에 인맥이 있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을 동원해 청탁을 시도해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즐거움이 승진과 봉급인상인 점을 감안하면 승진대상자들은 인사철에 일이 손이 잡히지 않고 노심초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든든한 줄을 잡아 청탁을 했는데 다행히도 공헌도와 성과를 올린 인물이면 ‘천거’로 분류돼 승진에 가점 요인이겠지만 인사권자의 눈에 일은 뒷전이고 입에 기름칠해 혀가 부드러운 인물로 각인돼 있다면 ‘청탁’으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누구나 장원급제해 지인들과 도와준 이들에게 여는 잔치인 ‘소미연(燒尾宴)’을 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터이지만 과연 용문을 통과하는 잉어가 될 수 있는지 과거의 업무행적을 뒤돌아보고 들이댈 것을 생각해 봐야한다는 뉘앙스를 성시장이 사전에 흘린 것 같다.

성 시장은 지난 2008년 “능력이나 업무추진 실적보다 학연, 지연, 혈연을 앞세워 청탁에 의한 인사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조직의 화합을 저해해 인사 청탁자에 대한 자료를 공개해 오히려 손해라는 풍토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마음이 약해서인지 그런 사례는 없었다.

대신 청탁내용을 전산으로 기록 관리하고, 승진 후보자 명부에 청탁자를 표기해 정기 평정 시 하향조정하는 등 대상자가 알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승진 깜은 안되는데 강력한 청탁자나 압력자에 의해 들어줄 수도 안 들어 줄 수도 없는 대상자들이 알박기처럼 끼어 있어 고민을 해야하는 인사철에 자치단체장들 역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다언삭궁 불여수중(多言數窮 不如守中)’이라는 말이 있는데, ‘말이 너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린다. 말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만 못하다’라는 의미다.

백 마디 말보다 평소에 한 가지라도 자신의 업무를 잘 처리해 인사권자의 뇌리에 좋은 인상을 입력시켜 놓는 것이 어설픈 청탁보다 자신을 스스로 천거하는 방법인 것을 쭉정이 대상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박상수 천안주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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