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후보의 일방적 사퇴로 야권후보가 단일화 되었다. 아름다운 단일화와 새 정치를 기대했던 많은 국민은 실망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지 66일 만에 안철수식 정치실험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민심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높은 인기를 과신하고 대권 출마를 결심했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1년 가깝게 고공행진을 하면서 박근혜 대세론을 잠재운 것이 유인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여론상으로 충분하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 것이란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론의 변덕성과 유동성이란 특징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상황에 따라서 나날이 달라지고 같은 날 조사를 해도 차이가 난다. 조사방법, 표본규모, 설문 내용, 조사기관 등에 따라서 오차가 심하다. 단일화 과정이 권력투쟁으로 비춰지면서 안철수 바람이 꺾이기 시작하였다. 3자 구도에서 3위로 밀리고 문재인후보로 단일화가 될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루었다. 안철수는 대선 전에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인기가 떨어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론조사 문항의 중요성을 인식한 순간 이미 늦었다.

둘째,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역할을 무시해서 안 된다는 점이다. 기존정당을 구태로 몰아붙인 것은 썩 잘 한 일이다. 모두가 공감한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고 정당 개혁을 누구나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당정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여야가 국회에서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정치구도 속에서 무소속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정치를 전연 모르는 순진한 태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신인 무소속 후보가 집권경험까지 있는 제일야당을 상대로 단일화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정당의 목적은 정치권력 획득에 있다. 더티(더럽다) 소릴 들은 것은 지나쳤지만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면 불임정당이 되고 공중분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일화 과정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나무랄 수 없을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느꼈을 때 이미 늦었다.

셋째, 준비 없이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정치 경험도 공직을 맡은 적도 없다. 7월 "안철수 생각"이란 책 한 권 출간하고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치 입문 3개월 만에 한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용기는 가상하지만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다. 출마선언 후 공약을 급조하고 속성 과외를 받는다고 내공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선거이슈를 선점하지도, 국정현안에 대하여 딱 부러지게 자기 입으로 입장을 밝히지도 못했다. 대답이 궁하면 국민을 들먹이면서 두루 뭉실 선문답 식으로 넘어갔다.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서 준비가 덜된 모습이 드러났다. 출마 선언을 미적거리고 검증과 언론을 피한 것이 결국 준비가 안 된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의구심을 갖게 한다. 돌아갈 다리를 불사르고 난 뒤 수영하는 사람은 수심 2m나 태평양이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늦었다. 실패한 안철수식 정치실험의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


/홍득표(인하대 사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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