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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和)와 동(同)
윤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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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27  1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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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기름방울이 떨어지면 물기름으로 되는 법이 없다. 물은 물대로, 기름은 기름대로 갈라져있게 된다. 물방울은 물방울끼리 기름방울은 기름방울끼리 따로따로 엉킨다. 참새 떼가 있는 곳에 비둘기 떼가 오면 참새 떼는 날아가 다른 곳에 무리를 짓고 앉는다. 왜 비둘기 떼와 참새 떼는 한자리에 어울려 있지 않고 서로 갈라져 참새는 참새끼리 비둘기는 비둘기끼리 따로 떨어져 무리를 짓는 것인가? 같은 것끼리 한패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모든 동물은 이처럼 패를 갈라 같은 것끼리만 한 무리를 이룬다. 물과 기름처럼 비둘기와 참새 떼처럼 서로 같은 끼리만 합쳐서 무리를 이루려고 하는 것을 동(同)이라고 한다.

사람역시 예외가 아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반가워한다. 동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 안에선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 고향이 같음을 알게 되면 단번에 반가워한다. 동향인 까닭이다. 그리고 성씨를 물어보아 성이 같으면 반가워한다. 종씨인 까닭이다. 학교를 물어보고 같은 학교를 나왔다면 아아 동창 이군요 하면서 더더욱 반가워하고 친해지려고 한다. 동문인 까닭에서이다. 같은 일을 한 직장에서 하면 가깝다고 한다. 동료인 까닭이다. 이처럼 사람은 패를 갈라 친교를 트려고 하는 기질이 있다. 들새나 산짐승이 패거리를 이루는 것처럼 사람도 같은 것끼리 패를 이루어 친하려고 한다. 그래서 동(同)은 친애(親愛)를 불러온다. 본래 친애란 편애(遍愛)의 옆집이나 같다.

더 사랑하는 것이 있으면 그 만큼 덜 사랑하는 것이 있게 된다. 사랑의 짙고 옅음이 드러나면 미워하는 틈이 생기는 법이다. 그 틈이 넓어지거나 깊어지면 원한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미움과 원한은 항상 짝이 되게 마련이다. 이렇듯 동(同)은 내편과 네 편으로 갈라놓는다. 이렇게 갈라지면 벗은 없어지고 만다. 공자는 멀리서 벗이 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않느냐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멀리서 벗이 온다는 말의 숨은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 그것은 동족이 아니어도 되고 동향이 아니어도 되고 종씨가 아니어도 되고 동문이나 동료가 아니어도 된다. 그것이 친하고 덜 친하고의 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서로가 아무런 틈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기쁠 뿐이란 속뜻이 서려있다는 것을 헤아린다면 “군자는 어울리지만 같은 것끼리 몰리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어울릴 줄을 모르고 같은 것끼리 패를 짓는다.”는 말을 이해할 수가 있다.

어울리는 것이 화(和)이다. 조선조의 문중사상(門中思想)은 동(同)의 사상이지 화(和)의 사상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문중기질이 파당을 지어 결국 동인(東人)이 서인(西人)을 헐뜯었고 서인은 동인을 헐뜯으면서 나라를 허하게 했고 약하게 하였다. 해방이 되었을 때 이대통령은 뭉치면 살고 갈라지면 죽는다고 했었지만 그것은 한편으로 뭉치면 살고 떠나면 죽는다는 발상이지 이패 저패를 따질 것 없이 서로 벗이 되어 살자는 큰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통의 뭉침은 화(和)에서 먼 동(同)이었다. 차라리 남북을 넘나들며 동족이면서 어찌 갈라져서 살아야 하느냐고 물었던 백범의 생각이 화(和)에 더 가까운 동(同)이었던 셈이다.

소인은 파당을 지을 줄 알지만 화합할 줄을 모른다. 오늘의 동료가 내일이면 적이 되는 경우를 세상일에서 흔히 본다. 이러한 연유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하는 속담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달고 솔깃하면 친하고 쓰고 덤덤하면 멀어지는 것은 이해를 따져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고려하고 행동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것을 동류기질이라고 보아도 된다. 군자는 이러한 기질을 멀리한다. 편애한다는 것은 불인(不仁)과 부덕(不德)의 징조이기 때문이다. 선(善)하면 칭찬하고 악(惡)하면 비난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고쳐 주려고 한다. 남을 이해하는 사람이 남을 오해하는 사람보다 용서하는 마음이 크고 넓어 많은 사람의 마음을 돌보아 줄 수 있다. 군자의 마음은 이처럼 크고 넓다. 12월은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달이다. 군자다운 군자, 화(和)의 사상(思想)을 실천할 그런 분이 우리의 대통령,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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