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분야나 요소들 간의 소통과 결합을 시도하는 '융복합' 추세는 오늘날 학문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통합, 융합, 복합, 통섭, 이러한 연결의 시도를 지칭하는 용어들도 다양하다.

요즘 스마트폰처럼 여러 가지 이질적인 기능이 동시에 하나에 녹아있는 결합 방법은 물론 말할 것도 없겠지만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만나 하나를 이루는 결합만 보더라도 그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선 지우개 달린 연필처럼 서로 다른 요소가 만나 하나를 이루되 원래의 두 요소가 지닌 본질이 전혀 훼손되지 않고 결합되어 각각의 요소들의 독자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연필과 지우개, 각각 존재하던 것을 합쳐 만든 지우개달린 연필에서 지우개는 지우개, 연필은 연필 각자의 독자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나를 이루고 있다.

두 가지를 결합했을 때 각각의 요소들이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원래의 면모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경주에서 볼 수 있었던 신라미소빵이 그렇다. 신라시대 기와 유물인 신라의 미소와 풀빵을 결합하여 만든 신라미소빵은 재료로 보면 풀빵인데 모양으로 보면 미소의 모양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작품에 나타난 난센스 놀이는 낱말 차원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결합 양상을 보여준다. '버터(butter)'와 '플라이(fly)'가 결합된 '버터플라이(butterfly)'는 단어의 철자 차원에서 보면 원래의 두 요소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지만 의미 차원에서 보면 버터와 파리가 합쳐져 전혀 다른 나비가 나온 것이 된다.

화학결합의 경우 언뜻 보면 두 요소가 결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된 것 같이 보이지만, 두 요소의 본질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가 열이나 힘 등의 에너지가 가해지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들도 있다. 물론 필요한 에너지나 열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영원히 분리 불가능한 변질된 상태로 유지되는 결합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이론적으로는 다시 원래 요소들로 분리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래 요소들이 완전히 변질된 것으로 여겨지는 결합 양상도 있다.

생물학적 결합 또한 그 양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아기는 이리 보면 엄마를 닮은 듯도 하고 저리 보면 아빠를 닮은 듯도 하지만 엄마·아빠로 환원될 수 없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존재다.

이처럼 두 가지 요소의 결합만 보더라도 그 방식이나 양상이 어느 특정한 한 용어의 의미 안에 수렴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결합이 어떤 양상을 띠는가와 상관없이 기존에 있던 서로 무관하던 두 가지가 만나 하나의 새로운 가치를 생성해낸다면 그 자체로 창의성의 발현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황혜영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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