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황혜영ㆍ서원대 교양학부 교수

▲ 황혜영ㆍ서원대 교양학부 교수

몇 년 전부터 논술 열풍이 전국에 불고 있다. 대학 입시에 논술이 반영되기 시작하더니, 사설 학원에서도 간판에 '논술'이라는 글자를 기존의 간판에 덧붙이거나 그것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대학 입시에서 처음으로 통합교과 형 논술 실시가 확정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현장에서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에게도 논술은 가장 걱정스럽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되었다. 논술이 반영되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중학교, 초등학교에서도 논술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조기 논술 교육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중, 고등교육에서 논술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대학교육에서 일어난 흡사한 변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전국의 대학들에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작문, 대학국어 등의 이름으로 개설되었던 과목들의 한계를 보완하고 대체하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사고력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훈련을 강화하는 새로운 과목인 <사고와 표현>을 개설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과목명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그 취지가 비슷한 통합적인 기초교양과목들을 개설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사고와 표현> 관련 과목을 담당하거나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 여러 차례 함께 토론도 하고 <사고와 표현> 학회도 창립하여 이 과목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렇듯 대학교육과 고교 교육에서 일어난 혁신적인 변화 근저에는 급격히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엄청난 속도로 기존의 지식이 업데이트 되어가는 오늘날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도 많은 지식을 이해하고 축적하는 능력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그 해결점을 창안할 수 있도록 사고하는 힘과 그러한 생각을 어떠한 형태로든 실제로 표현하여 실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절실하게 인식된 교육에서의 변화의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 고교 <논술>과 대학 <사고와 표현>이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고력과 표현력을 함양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두 과목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통합논술의 공교육화를 위해 ebs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고와 논술>의 교재의 집필진과 검토진의 상당수(현직 고교 교사들도 다수 참여한다)가 대학의 기초교양교육인 <사고와 표현> 류의 과목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다. 또한 <사고와 표현학회> 창립대회에서 <사고와 표현>과 함께 <논술교육>도 나란히 그 토론 주제로 삼은 것도 두 과목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고교 논술교육의 사명과 중요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대학에서 <사고와 표현> 과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 이유가 신입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이미 함양했어야 하는 기본적인 사고와 표현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풍부한 교양과 전공지식을 효율적으로 습득하고 활용하는데 저해된다는 판단에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 신입생을 위한 <사고와 표현> 과목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의 텍스트들의 내용과 수준은 고등학교 교육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단순히 입시를 위한 근시안적인 통합논술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교육을 통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본질적인 능력의 함양이 전제가 된 통합논술 교육이 정착될 때 그 연쇄 효과로 대학의 <사고와 표현>도 그 내용과 목적, 수준이 향상되어 갈 것이며, 전공분야별로 세분화된 전문적인 학술적 글쓰기 교육도 담당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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