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일각에서 올해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고 건 전 총리의 출마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고 전 총리 출마설은 범여권 후보들이 좀처럼 지지율 상승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안론' 성격으로 거론되고 있어 향후 범여권 통합 및 단일화 논의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특히 그의 출마설은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최근 `대권삼수' 도전에 나선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컴백과 맞물리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범여권의 한 인사는 10일 "고 전 총리가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뤄진 출마요청에 대해 단호히 고사해 왔지만 최근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제 `3∼4일 생각해 보겠다'며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우민회 등을 비롯한 고 전 총리 지지 모임도 조만간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단식농성 등에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 전 총리와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그동안 준비 해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도 역부족이다. 지방에 내려간 것도 일부 집요한 권유를 피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고 있다"며 "현단계에서는 본인 입장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측 핵심인사도 "갑작스런 정치상황 변화 등으로 주변에서 이런 저런 압박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고 전 총리 역할론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 당선 후 신당측이 외연확대 차원에서 영입을 추진하면서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정 후보의 지지율 정체에 더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선언을 기점으로 아예 출마설로 비화되는 흐름이다.

그가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가운데 신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고 건 대안론'이 범여권 일부에서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최근에는 일부 신당 의원들이 고 전 총리를 찾아가 출마를 요청했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나돌았었다.

한 축에서는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1단계로 단일화를 이루고, 또다른 한축으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고 건 총리가 연대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범여권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시나리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측에는 김용정 다산연구소 대표 등 고 전 총리측 인사들 일부가 합류한 상태로, 문 후보측이 고 전 총리와의 물밑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고 전 총리는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로부터 이회창 후보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내각제 정부 수립을 위한 `4자 연대'를 공개제안 받기도 했다.

신당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 부진으로 과연 정 후보가 필승카드가 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섞인 시각이 새어나오면서 호남 표심을 흔들기 위해서라도 `고 건 카드'를 되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설왕설래되고 있다"며 "단일화 효과도 장담하기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의원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가 존재하는데 대권의 뜻을 접은 사람이 자꾸 나오는 것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퇴행적인 모습"이라며 "고 전 총리가 나온다면 `제2의 이회창'이 되는 셈이며 2002년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의 `재판' 밖에 더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동영 후보측은 "고 전 총리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0%"라고 자신하면서도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정치적 지형 변동이 있을 때마다 새 인물에 대한 얘기는 나오기 마련이지만 정상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의 정통성은 크다"며 "고 전 총리는 도움을 받아 함께 갔으면 하는 분으로 그 분의 맘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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