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마침내 '통합카드'로 승부수를 띄우고 나섰다.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복원해내지 않고는 현재의 지지율 정체국면을 돌파해낼 수 없다는 위기감과 다급함이 작용한 결과다.

신당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거뒀음에도 정 후보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결국 범여권 정치세력의 분열로 전통적 지지층이 정 후보에 대해 '통일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정 후보측의 상황인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후보단일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정 후보는 단순히 '선거연대' 차원을 넘어 지지기반을 하나로 묶어내는 의미의 '세력통합'이라는 보다 큰 틀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는 당 차원의 통합논의에 종속되는 변수라는게 정 후보측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정 후보측은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둔 민주당과의 통합작업을 조속히 매듭지어 가급적 조기에 성과물을 가시화하는데 전력투구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 후보측은 민주당의 주장을 전폭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속도전' 형태로 통합협상에 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일 대 일, 당 대 당 협상을 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과감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협상은 이미 8부능선을 넘었으며 더이상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현시점에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민주당의 지지율을 합산하는 차원을 넘어 선거구도가 보수진영 대 진보진영의 일 대 일 구도로 '완성'되는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 전략통은 "선거구도가 확실해지면서 전통적 지지자들로서는 이제 불편함이 사라지고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금주중으로 통합작업의 성과물이 나오고 bbk 의혹이 전면에 부상하면 정 후보의 지지율은 20%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측은 또 다른 후보단일화 대상인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와는 별도의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 민주당과는 '세력통합'이 전통적 지지기반의 복원을 겨냥하고 있다면, 문 후보와의 '단일화'는 일종의 '정책연대'와 '가치통합'을 통해 지지기반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게 캠프측의 설명이다.

다만 정 후보는 문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는 점진적 또는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부패 미래 연석회의를 통해공통점과 협력 부분을 넓혀갈 것"이라며 "차차 논의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先) 민주당 통합, 후(後) 문후보와의 단일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음을시사하는 대목이다.

정 후보측은 통합작업과는 별도로 금주부터 선거대책위원회를 총력체제로 전환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현장을 직접 파고 들어가는 '국민대장정'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정 후보는 선대위 조직과 신당의원 140명을 ▲부패척결 ▲좋은 성장 ▲국민통합 ▲가족행복팀으로 나누고 12일부터 전국을 버스로 순회하며 민생탐방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후보측 관계자는 "내일부터 선대위 조직원과 의원들이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국민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후보는 이날 오전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김한길 천정배 노웅래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행복은행' 1호점을 개점, 가족행복을 모토로 내걸고 표심잡기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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