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윤의상·변리사(한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학생들의 수강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교양 과목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 학기에는 수강인원이 3개 강좌에 200여 명 되는데 그 중 지난 학기에 수업을 들은 학생과 이번 학기의 여학생 1 명이 떠오른다.

11월 7일 수업시간 중 지난 1학기 때 수강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재수강하는 학생은 아닌데 지난 학기의 수업 태도가 굉장히 좋아 보여 기억이 나는 학생이다. 이메일로 상담을 요청했던 학생이란다.

1, 2교시 수업을 마치고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전자공학 전공학생으로 2학년이란다. 아직 군대는 다녀오지 않았고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단다. 시험 준비를 하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 때 필자의 강의를 듣고 '아, 저런 직업도 있구나' 생각하고 일찍이 진로를 정하였단다.

그러고 보니 수년 전 필자가 모교 고등학교의 총 동문회장직을 맡아 볼 때 모교의 청운반 학생들을 상대로 '직업의 세계' 중 필자가 하고 있는 직업에 대하여 특강을 한 기억이 있다.

그 학생이 지금의 학과를 선택한 동기 역시 변리사라는 직업에 뜻이 있어 선택한 것이란다.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고생 꽤나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공부하기 좋아하고 특히 어학이 재미가 있다니 훌륭한 변리사 후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나 지방에서 공부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니 걱정도 앞선다.

30여분 간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훌륭하고 멋있는 후배를 만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뒤돌아보면 사실 필자도 20여 년 전에 합격 해 서울 특허사무실에 취업했을 때 많은 부러움 겸 놀림을 받은 적이 있다.

동기 15명 중 9명이 s대 출신이고 지방대 출신으로는 필자와 영남대를 졸업한 같은 학번의 동기가 전부였으니, 청주 촌놈이 어떻게 알고 공부했냐라며 놀림 겸 시샘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필자가 시험공부 할 때는 지방 재학 출신에 청주에서 공부하면서 정보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대학원에 다닐때는 지도 교수마저 공대생이 웬 법률 서적을 보느냐고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고 합격했을 때는 그게 무엇 하는 거냐고 하던 시절이었으니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방에서는 몰라도 너무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필자의 강의를 통해 또는 고등학교 선후배로 만나 최근 5년 동안 대학후배 4 명이 합격했으니 대학의 최초 합격자로서는 왠지 뿌듯함이 있다.

청주에서 업무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직원 채용 문제이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몰라서 안오고, 서울에서는 지방이라고 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수업시간 중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을 채용하기로 하고 채용하고자하는 전공 분야도 맞는 여학생과 이야기를 해 보았다.

본인도 특허에 관심이 많다고 하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전공 선택의 동기를 물어 보았다. 집은 수원인데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현재의 전공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진로를 바꿀 예정이란다. 무엇을 하고 싶냐하니 기업 인수&amp;amp;amp;amp;middot;합병을 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단다. 특허에는 관심이 많으나 특허사무실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하여는 생각을 좀 더 해봐야 된단다.

변리사가 아니고 일반 직원으로는 좀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럼 그 문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자하고 계속 그 여학생의 말을 들어보았다.

기업인수&amp;amp;amp;amp;middot;합병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전공도 다시 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졸업 후 편입하여 경영학을 공부해 보겠단다.

학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며 유학도 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러려면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할 것인데 라고 하자 그 여학생이 &amp;amp;amp;amp;quot;교수님, 저 돈 많이 벌어놨어요&amp;amp;amp;amp;quot; 한다.

학생이 어떻게 돈을 벌었냐고 묻자, 아르바이트로 200여만 원을 벌고 그 돈을 종자돈으로 해 열심히 공부해서 비상장주식에 투자했고 3년여가 지난 지금 그 돈이 5000여만 원까지 불어났다고 한다.

굉장한 재테크 수완을 가진 학생이다. 정말인지 몰라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게도 좀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다음에 알려준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도전정신도, 패기도 없다고들 하는데 적어도 위 두 사람에게는 아닌 것 같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