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지형 복원..파괴력은 미지수

범여권의 양대 세력을 형성해온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12일 `한몸'이 될 것을 선언했다.

양당 대표와 대선후보 4인이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당 대 당' 통합과 후보단일화에 공식적으로 `합의 도장'을 찍은 것이다.

물론 이번 합의는 각론상의 실무협상을 앞둔 터라 선언적 의미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양갈래로 분열됐던 범여권의 정치지형이 지난 2003년 민주당 분당사태 이전의 상태로 복원된다는 측면에서 그 상징성이 자못 크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보수진영에 단일대오로 맞섰던 정통민주개혁세력이 다시 하나로 뭉친다는 의미가 크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수진영 후보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비대칭적 선거구도가 무너지고 보수진영과 범여권간의 명실상부한 `일 대 일' 대결구도가 구축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당 고위관계자는 "대통합의 완성이자 종지부"라고 말했다.

단순히 상징적 의미를 넘어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양당의 주장이다. 당장 범여권 지지층이 단일후보로 정해진 대선주자에 대해 `일치된 지지'를 보낼 수 있게 된 점이 선거전략상 플러스 효과가 된다는 관측이다.

양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합산하는 수준을 넘어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표를 움직이는 계기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호남에 원적을 둔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북상(北上)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신당 정동영 후보는 호남권의 지지가 높고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충청권에 일정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정하게 나마 범여권 지지층의 기본 골간인 호남-충청-수도권의 서부벨트를 되살릴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양당의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의석 수가 148석(신당 140+민주 8)으로 늘어나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 대한 정국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후보단일화의 결론이 나봐야 알겠지만 범여권의 선두주자 격인 신당의 정동영 후보 측은 이번 통합선언을 계기로 전통적 지지층이 복원됨으로써 지지율이 조만간 20%를 돌파해 명실상부한 3강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지 여부다. 일단 양당은 `신설합당'을 추진한다는 입장 아래 최대한 협상을 서둘러 금주내로 중앙선관위에 합당신고를 마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작업은 단순히 조직간의 통합이라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당헌.당규, 정강.정책의 수정이라는 `소트프웨어'까지도 손질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물리적으로 시일이 촉박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실무 관계자는 "오늘은 선언일 뿐이고 실질적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총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지분협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분문제는 총선 공천과 곧바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양당 모두에서 잡음이 터져나올 개연성이 있다. 신당 내에서는 `일 대 일' 통합원칙을 놓고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나 민주당 원외출신 인사들이 불만섞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고, 친노진영 사이에서는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론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친노계 의원은 "돌고 돌아 5년전으로 되돌아온 것 같아 허탈하다"고 털어놨다. 이화영 의원은 "황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분 유지를 위해 합당하는 게 아니냐"며 "한국정당 정치의 최고 위기이자 정당 민주주의의 엄청난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양당간 합당이 성사되더라도 당내 세력간에 `화학적 결합'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시점인데다 통합을 주문하는 지지층의 요구가 거세다는 점에서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양당 지도부도 지분문제에 대해 구체적 논의는 피하고 `포괄적 원칙'을 정하는 수준에서 봉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의 한 전략통은 "대선전까지는 갈등이 잠복될 것"이라며" 그러나 선거후에는 내재된 불만이 터져나올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간의 단일화 문제는 tv토론 횟수와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진통이 예상된다. 신당은 한차례 tv토론 후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적어도 3차례의 tv토론을 보장해달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합작업의 파괴력이 기대 만큼 크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97년 대선의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2002년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때만큼의 극적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호남표심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만 선거전략상 최대 공략지점인 수도권의 30-40대 화이트 컬러 유권자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의 환경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한 점도 문제다. 정책노선이나 대형 어젠다를 통합의 슬로건으로 내건 게 아니라 범여권 전통 지지층의 복원이라는 정치공학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어 선거를 앞둔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판여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단계 통합대상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도 이념.정책노선과 정체성을 둘러싼 양당간의 시각차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양당의 통합을 둘러싸고 잡음과 비판론이 떠오르고는 있지만 범여권의 대선비관론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양당의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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