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癸巳年)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내겐 희망과 더불어 걱정스러운 일도 함께 찾아왔다.

희망을 말하더니 뜬금없이 무슨 놈의 걱정이냐는 생각도 할 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올 겨울이 예년에 비해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리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아무 감정 없이 단지 춥다고만 느꼈던 겨울과, 바라만 봐도 좋기만 하던 눈이 올 겨울엔 큰 근심으로 내게 다가와 있다.

이는 아무래도 내가 하고 있는 일 때문인 것 같다.

현재 나는 청주시 유일의 노숙인 복지(생활)시설 '성덕원'의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성덕원은 청주시는 물론 청원군 등 충청북도 일원에서 발생하는 요보호(要保護) 노숙인 및 부랑인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는 복지(생활)시설이다.

우리 성덕원과 같은 노숙인 복지(생활)시설은 전국적으로 37개소가 있는데, 그 수혜자들인 입소 생활인 모두는 자기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입소와 퇴소를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의 입ㆍ퇴소야 사시사철 비일비재한 일상이지만 겨울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들이 시설을 퇴소한다는 것은 잠시 떠나온 사회로 복귀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다시 거리로 돌아가 노숙인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거리에서 노숙한다고 하더라도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에는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지만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그 위험도가 매우 높다.

높아도 너~무 높다! 겨울철 노숙은 달리 말하면 목숨을 버리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올 겨울 같이 겨울의 첫 자락부터 유별나게 추운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본인이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시설 입소를 거부하고 거리 노숙인으로 역주변이나 공원, 빈집 등을 배회하며 머물고 있거나 어찌어찌하여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하다가 엄동설한임에도 불구하고 퇴소를 감행하는 생활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알코올 의존도가 높아 술에 취해 아무 곳에서나 잠들었다가 끔찍한 변을 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와 같은 겨울철 위기 노숙인들에 대한 보호대책으로 우리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관서 등과 같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성덕원과 같은 노숙인 보호(생활)시설 및 관련 노숙인 시설 등과 합심하여 '동절기 거리 위기 노숙인에 대한 보호 프로그램'을 겨우내 진행할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주변에서 위기 노숙인을 만나거나 목격하게 된다면 가까운 시·군·구청이나 경찰관서 등에 인계 내지는 연계해주거나 보건복지부 콜센터(☏129)로 전화를 당부한다.

끝으로 거리 노숙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항상 술에 취해 있거나 게으르고 나태해서 그 모양 그 꼴이며 홀대 받아도 싸다는 선입견보다는 그 나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갖고 있는, 보호받아 마땅한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생각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겨울철 위기에 내몰린 거리 위기 노숙인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등불'임을 알리며 계사년(癸巳年) 올 한 해는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민병석 성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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