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새해 아침에 일출을 보며 희망찬 새출발을 하고 싶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햇님 대신 서설(瑞雪)이 반긴다.

한 해를 되돌아보니 세밑에는 어김없이 다사다난이란 말이 실감났다. 임진년 흑룡의 해답게 4·11총선, 18대 대통령선거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일들이 숨가쁘게 이어졌고 우리 충북교육도 2012년 전국 '최우수교육청', 5년 연속 식중독 없는 안전한 학교급식 실현 등 괄목할 발전과 열매를 맺어 무척 기쁘다. 필자도 정년퇴직이란 큰 변화를 겪었고······.

세밑은 세모(歲暮)라고도 하는데,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일본식 한자라 하여 세밑으로 순화해 쓰자고 권장한다. 2012년도 흰구름과 강물이 흐르듯 흘러갔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지만 12월, 특히 세밑은 쏜살같다고 해야 더 어울린다.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보니 지난날들이 낙엽처럼 떨어지고 세밑의 며칠이 마치 오 헨리가 쓴 '마지막 잎새' 같아 애잔하게 보인다.

인생도 자연의 한 부분이니 대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사랑하고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것도 세밑이 주는 교훈이다. 이제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기보다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깨닫고 많이 베풀며 나누는 삶을 가꾸고 싶다. 이도 41년 6개월 동안 교직에 몸담고 일하다 정년퇴직을 하며 체득한 값진 교훈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자주 내린다. 필자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진 않지만, 요즈음처럼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올 때면 마음이 흔들린다.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평소에 간헐적으로 주장했던 아내의 말에 권위가 서는 것 같다. 눈을 치우는 것도 내 몫이다. 눈을 쓸고 뒤돌아서면 또 쌓인다. 어쩌다 덜 치우면 얼어붙어 두고두고 지장이 많다. 계단의 얼음을 치우려고 안간힘을 써도 역시 날씨가 풀려야 해결되니, 순리(順理)대로 살아야 한다. 고전에 나오는 마당쇠 같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들지만, 겨울철 운동이고 마음공부라 생각하면 신바람이 나고 능률도 오르니 모든 일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의미를 알 것 같다. '화엄경(華嚴經)'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을!

계사년 새해에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기보다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깨닫고 삶의 연륜과 더불어 건강도 더 챙기며 내면도 점점 성숙해지도록 더 베풀고 즐기고 나누는 삶을 가꾸고 싶다. 이제 희망찬 2013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송구영신하면서, 구상 시인의 '새해'라는 시처럼 새로워져서 희망차고 행복한 새해로 힘차게 새출발 하자.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중략〉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生涯), 최고의 성실로/

꽃피울 새해여!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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