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연초에도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전 야구 스타였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이나 범죄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나 자신이고 생명이니, 나를 잘 지키고 사랑해야 한다. 우선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우리나라를 목숨 바쳐 지킨 분들과 지난 2001년 일본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 '의인'으로 일컬어지며 추모되고 있는 고 이수현씨 이야기도 생각난다. 목숨을 바쳐 국가와 민족을 지키고, 희생을 하고, 의로운 일을 한 분들도 애석한데 스스로 허무하게 삶을 마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느 일간지를 보니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42.6명, 연간 1만500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니 실로 부끄럽고 충격적이다. 자살을 시도하다 살아난 사람들은 "처음에는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편해질 것 같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한 악마의 유혹이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과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자살충동이 들면 가족 등 지인,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날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나만 몰랐다"고 한다. 괴로울 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아우르는 사람·사회·국가가 돼야 한다.

어느 전문가는 세상에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없으며 살고 싶은데 살아야 할 이유를 못 찾아 극단적 행동을 한다고 하니,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생명존중 교육을 비롯해 사회적 노력과 시스템으로 충분한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살은 특정인의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 안전망 문제로 예방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정년퇴임 전에 교직원 연수나 학교장 훈화 때 가급적 '자살'이라는 말 대신 '생명존중'이란 용어를 사용했고 지속적인 상담, 명상 같은 효과적인 예방교육에 힘쓰도록 노력했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 보기가 두렵고 방송을 보고 듣기가 겁이 날 정도이다. '오늘은 좋은 소식이 많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지만 무슨 사건보고서 같은 것을 접할 때마다 슬프고 한숨이 나온다. 이런 끔찍한 소식도 지나치게 여과 없이 상세히 보도돼 자칫 유혹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모방을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살보도 윤리강령도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도 어느 정도인데……. 또 많은 드라마 등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가장 좋은 예방법 중 하나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인데 많은 방송에서 밥 먹듯이 이혼이나 불륜 등을 방영, 불감증에 빠지게 하는 사례가 많다.

부디 새해에는 궂은 일보다 가장 소중한 생명존중부터 기쁘고 희망찬 일들이 많아지기를 갈망한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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