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보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의 일환으로 무상보육의 대상과 지원금이 3월부터 확대된다.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0~2세는 보육료 전액, 유치원을 다니는 3~5세는 월 22만원, 집에서 키우는 경우도 양육수당이 지급된다. 국가에서 돈을 준다는 데 마다할 부모는 없겠지만 돈으로 해결하기 힘든 것이 보육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와 유엔인구기금(UNFPA)이 공동 발간한 2012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1.4명으로, 189개국 중 175위의 꼴찌 수준이다. 어린 시절 무슨 의미인 줄도 몰랐던 가족계획이란 구호가 기억에 생생한데 2006년부터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을 세우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저출산은 만혼, 독신주의자 증가, 자녀의 교육비 부담, 보육·양육 어려움, 자녀관 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보육이 출산 기피의 중요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은 출산휴가를 마치면 휴직하거나, 어린아이를 보육시설에 위탁하거나, 육아도우미를 두거나, 시집이나 친정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육아휴직도 직장 눈치 때문에 무한정 쓸 수 없다. 어린이집에 맡기기도 쉽지 않다. 전국 어린이집이 약 4만2500곳 된다고 하나 턱 없이 부족해 치열한 입교 전쟁이 시작된다. 돈도 문제지만 거주지나 직장 근처에 마음에 드는 보육시설을 찾기 어렵다. 운영시간과 공립보육시설·민간시설 간 수준도 워킹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육아도우미는 인건비도 많이 소요되지만 믿을 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남이 얼마나 성심성의껏 어린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보살펴 줄 수 있는 가 의구심이 있다. 아이 돌보기가 힘들어 수면제를 먹인다느니 외국인 도우미가 아이를 데리고 본국으로 도망쳤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말까지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시집이나 친정인데 그런 시집이나 친정이 있느냐도 문제지만 가깝게 살지 않으면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손자를 돌보는 할아버지·할머니의 부담도 보통 크지 않다. 손자가 오면 반가워서 1000원을 주지만 간다고 하면 더 반가워서 2000원을 준다는 말까지 있다. 손자가 친자식보다 훨씬 귀엽고 예뻐 키워주는 보람을 느끼는 것은 정설이지만 나이 들어 손자를 돌보는 것은 중노동이나 다름없다. 손자 키워주다 쉬 늙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린아이는 희망이고 기쁨이지만 손자를 키워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든지 공감할 것이다.

워킹맘들은 아이를 3살까지 엄마가 키우는 것이 좋음을 모르지 않는다. 생애발달초기 영유아 보육의 중요성도 잘 안다. 보육을 돈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국가가 무상보육을 확대한다니 직장에서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워킹맘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요구된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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