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바깥 출입을 삼가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제격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추운 겨울에도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인들이 존재한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되는, 거리를 집 삼아 살아가고 있는 노숙인이 그 방증이다. 이런 노숙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지만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 일색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살가울 수밖에 없다. 내가 근무하는 청주시 유일의 노숙인 복지(생활)시설 성덕원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청주와 청주 인근에 근거를 두고 있는 거리 노숙인들의 경우 우리 성덕원의 잠재적 수혜 대상자들이며 우리는 사시사철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평상시 입소자가 한 달 평균 1~2명 남짓이었다면 이번 겨울에는 그 3~4배에 달하는 7명이나 입소했다. 이는 유난히 추운 날씨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현재 민·관(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관서 등 공공기관과 노숙인 관련 사회복지시설)이 합심, 추진 중인 '동절기 거리 위기 노숙인에 대한 보호 프로그램(이하 동절기 보호 프로그램)' 때문이기도 하다.

노숙인들은 성덕원은 물론 노숙인 일시보호소, 노숙인 자활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시설에 본인 의사에 따라 입·퇴소할 수 있다. 하지만 금주(禁酒),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등 원내 규정으로 인한 행동 제약 때문에 미루다 겨울에 잠자리와 끼니를 해결하려고 마지못해 입소하는 것이 요즘 노숙인들의 특징이다. 특히, 입소자 대부분이 술에 취한 채 늦은 시간에 시설에 도착하는 것은 물론, 관련 절차나 서류 등이 미비한 경우가 많아 관리가 더 어렵다.

성덕원의 경우 평상시 입소자들은 청주시나 상당구청, 흥덕구청 등 관련 부서의 담당 공무원들과 모든 절차와 서류를 갖춘 상태로 동행 입소한다. 하지만 동절기 보호 프로그램을 통해 입소하는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관련 업무에 익숙치 않은 지자체 당직 근무자나 지구대 경찰관 등에 의해 인계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필요한 절차나 서류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떠넘기다시피 맡겨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위기 노숙인 보호 프로그램의 최종 처리 기관이 노숙인 관련 시설이라는 점에서 어떤 조건과 경우라도 노숙인들의 보호·관리가 당연하지만 관련 절차나 서류가 미비한 상태에서, 데리고 왔으니 무조건 입소시켜야 한다는 것은 시설 담당자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까.

입소한 노숙인이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시설 인수 담당자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절차나 서류를 갖춰달라고 요청하면 입소를 거부하냐는 식으로 언짢게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실랑이가 몇 차례 오가다 보면 서로 기분 상하기 일쑤다. 추위 속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인들이 적절한 곳에서 안전하게 겨울을 나길 바라는 동시에 관련 기관이 배려와 소통으로 이를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민병석 성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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