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교우들과 함께 11일간 성지순례 여행을 다녀왔다. 이집트의 카이로로 입국해 그 주변의 피라미드 등 유적과 성지를 돌아보고, 동쪽 수에즈만을 거쳐 시나이반도의 시나이 산을 오른 뒤, 이스라엘로 들어가 북상하면서 사해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다시 서쪽 지중해 쪽의 가이샤라를 거쳐 북쪽으로 나사렛과 갈릴리를 탐방했다. 이어 동쪽 요르단의 암만으로 입국해 다시 남하해 페트라유적을 탐방하고 북상해서 마다바며 느보산을 탐방한 뒤 귀국했다. 성경과 다른 책에서 보던 것을 실제 현장에서 보고 느끼니, 그동안 읽고 배웠던 것들이 많이 이해되고 정리됐다. 그리고 역사나 지리에 대해서도 이해를 더하게 되니 그야말로 수학여행이오, 크리스천으로서 내가 믿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해 더 잘 알고 가까이 가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을 통해 일상인으로서 얻은 결론은 내 나라 내 땅이 귀하고, 고맙다는 것이다. 첫날 카이로 공항을 나서는 순간 온통 누런 색깔 밖에 보이지 않는 풍경에 놀랐다. 물론 현대적인 고층건물들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이 낡고 색도 흙빛이었으며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 역시 마찬가지 였다. 일 년에 한 두 번 비가 올까말까 라니 나뭇잎 위에도 먼지가 잔뜩 앉아 있는 것처럼 칙칙하고, 길바닥에도 먼저가 풀썩 풀썩 나는 듯 했다. 그 뿐이랴. 시나이반도 사막으로 나가니 하루 종일 모래 밖에 볼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불과 국토의 5%만이 사용가능한 땅이라 하니 기가 막혔다. 물이 석유보다 더 귀하고 비싼 나라. 나일 강 상류의 빗물이 아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라.

이런 현상은 이스라엘로 들어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카바 만을 거쳐 종일 예루살렘을 향해 북상하는 좌우로 펼쳐진 네게브 사막을 비롯한 바란광야 유대광야 등 사막과 광야. 오직 모래와 바위산 밖에 없고 군데군데 오아시스 마을들이 발견될 뿐이다. 그 사막에 물을 끌어와 집단농장인 키부츠를 만들어 대추야자, 토마토, 바나나 등을 심어 과일과 채소를 생산하는 이스라엘 사람들. 사막을 농지로 가꾸기 위해 몇 백 킬로 되는 갈릴리 호수와 요르단 강 물을 끌어다가 스프링클러로 물을 줘가며 작물을 키운다. 물론 지중해 쪽으로 일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있으나, 이는 부분적일 뿐이다.

이런 사정은 요르단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동쪽 요르단도 다르지 않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황무지와 돌산들. 북쪽지방은 연간 600미리 미터 정도의 비가 오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줄어들어 남쪽 사막에는 이집트사막처럼 1년에 한 두 번 비가 올까 말까란다. 그러니 비가 좀 내리는 와디를 중심으로 예부터 촌락과 도시가 발전되고 물을 모았다가 그것으로 생활용수로 써야 하는 사정. 세 나라 모두 집집마다 지붕에 커다란 물통을 달아 놓은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결국 물을 모아 데워서 쓰기 위한 것이라 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이런 모래판에서 살아와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겠지만, 그 삶이 얼마나 고단할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막에 한 시간도 걸어 나가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 땅을 몇 일 동안 대하면서 내가 얼마나 좋은 땅에서 살고 있는가 새삼 감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70%라고 하지만 황무지가 없다. 노력만 하면 개간해서 농토로 바꿀 수도 있고, 아직 이들 나라에 비해 수자원이 풍부한 편이니 어디든 땅을 파면 물이 나온다. 그러니 얼마다 행복한가. 그럼에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함부로 베어내고, 파헤치고, 물을 버리는 사람들. 우리나라가 유엔이 선정한 물 부족국가라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 당대의 편의성만을 위해 '개발'의 이름으로 함부로 훼손한다면 후대들은 저 중동과 같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자연은 정복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살아가라고 선물 받은 것. 누리되 잘 보존하면서 누려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잘 보호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 여행의 끝자락에서 되새겨 본다.



/유재풍 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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