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온난화로 지구 곳곳에 기상이변과 계절의 혼돈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예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 거스르지 못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대한, 소한도 다 지나가고 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입춘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머지않아 꽃 피고 새 울 봄을 기다려 본다. 자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계에서 계절의 변화는 대이동의 출발점이다. 보다 좋은 기후와 풍부한 먹이가 있는 곳에서 새끼를 치고 키우고자 하는 본능의 들썩임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계절을 가진 아프리카 초원의 이야기이다. 아프리카의 5월과 11월경은 건기와 우기가 교차하며 계절이 변하는 때이다. 5월이 되면 탄자니아 지역은 건기가 시작되고 초식동물의 먹이가 고갈되는 시기이다. 이 때 얼룩말과 누우 같은 동물들은 우기가 시작되는 북방의 케냐를 향해 목숨을 건 대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북쪽의 건기가 시작되는 11월이면 다시 탄자니아를 향해 되돌아오는 대이동을 반복한다.

계절이 바뀌면 포유류와 달리 조류의 이동은 더 많은 개체가 더 먼 거리를 이동한다. 지구의 남반구에서 북반구를 종단하기도 하고, 동서로 횡단하기도 한다. 이들의 이동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연안 갯벌의 생태가 건강하고, 친환경 농업과 기계농업의 발달로 먹잇감도 풍부하여 철새들이 정착하기에 좋거니와, 먼 거리 이동하는 도중에 중간 기착지가 되는 곳이다. 그래서 유수의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가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곳이 우리나라라고 한다.

올해도 봄을 맞아 우리나라를 향해 철새들이 먼 비행을 준비하는 때가 되었다. 강남 갔던 제비도 곧 우리나라에 도착하여 둥지를 틀고 새끼를 쳐서 건강하게 길러 낼 것이다. 제비를 대표로하는 남방철새들의 강남은 어디일까? 바로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호주와 남태평양 지역이라고 한다.

금년 겨울 동안 강남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많이 발생했다. 호주에는 십수 년 만에 처음 발생하였고 인도네시아, 대만, 베트남은 수시로 발생하는 지역이다. 올 겨울 동안 우리나라를 찾았던 철새에 대한 검사 결과도 위험했다. 예년에 비해 1.5배 이상의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 한편 걱정스러운 일이다.

봄을 맞아 우리나라에 대거 찾아 올 귀한 강남손님인 남방철새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난 겨울 동안 북방철새에 대해서도 잘 대응했듯이, 그들의 안전이 확인되는 5월까지는 방역이 매우 중요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기간이다. 겨울 동안 그랬듯이 철새의 서식지를 여행하거나 방문하기를 자제하고, 불법 포획하는 일은 삼가야 할 일들이다. 가금을 키우는 농장은 더욱 청결하게 가축을 키우고 소독하는데도 부지런해야 한다. 사소하지만 이런 것들이 봄에 찾아 올 귀한 강남손님과 한 계절 동안 행복한 동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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