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이 되는 남자 녀석인 막내가 며칠 전 폭탄선언을 했다. 집사람과 막내가 공부방에서 대화를 나누더니 급하게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보았더니 막내가 오늘부터 스마트폰을 안 쓰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문자와 통화만 되는 구형폰으로 바꾸어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고 나의 의견은 어떠냐는 것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랐으나 우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중인 막내가 평소 스마트폰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항상 안타까우면서도 또래의 친구들도 다들 그러려니 하는 마음에 딱히 제재를 못하던 차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는 쉽지 않았다. 남아있는 기기 값도 만만치 않고 그대로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면서 구형폰을 쓰자니 요금이 아깝기도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내가 스마트폰에서 해방되어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어떠한 비용이라도 감수하기로 했다. 막내가 스마트폰의 늪에서 빠져 나와 남은 시간들을 좀 더 학교공부와 자기계발에 사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다른 모든 비용과 수고는 감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장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사실 필자도 IT 관련 전공자인지라 새로운 IT 기기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국내에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구형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던, 소위 얼리 어답터인 셈이다. 지금도 여전히 국내 S사에서 만든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다. 스마트폰을 구입 후 처음에는 호기심에 이러저런 새로운 신기한 기능의 앱들을 설치해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말 그대로 손안의 스마트 장난감인 셈이었다. 하지만 차츰 스마트폰 유지·관리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생산성이 좋아지기 보다는 반대로 스마트폰 유지·관리에 사용되는 시간들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신문기사에 보니 요즘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아침에 스마트폰 알람으로 일어나 카카오톡 확인하고, 페이스북 보고 사진찍어 공유하고, 트윗하고, 이메일 체크하고, 요즘 유행하는 게임앱으로 게임을 즐기고, 조회수가 많은 인기 동영상 찾아보고, mp3 음악 듣고. 다시 카카오톡 확인하고, 페이스북 보고, 트윗하고, 이메일 체크하고…"

최근 조사에 의하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44%가 스스로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 같다"고 답했으며 이는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나타나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힐링 추세인지, 최근에는 일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구형폰으로 되돌아가는 아날로그 회귀족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과도한 편리함은 오히려 우리 생활에 독으로 작용하여 정신·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음을 깨닫고 있음이리라.



/심완보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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