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5년째 생활하는 직장인 Q씨는 요즘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5살짜리 아이가 집안에서 조금이라도 뛰어다닐라 치면 화들짝 놀라 야단치기 일쑤다. 종전에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일이 최근들어서는 마치 큰 일이라도 생긴 듯 바짝 신경을 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이와 관련된 방송도 전보다 훨씬 잦아졌다. 층간 소음 문제가 심각한 이웃 불화로 번져 방화는 물론 살인까지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의 고육지책


지난 설 연휴동안 층간 소음 문제로 끔찍한 일이 잇따랐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 문제로 살인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위층에서 시끄럽게 군다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결국 흉기에 의해 형제가 목숨을 잃었다.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겪어 오다가 윗집에 불을 지른 일도 있었다. 다세대주택에서 소음 문제로 위층 거실에 석유가 든 유리병에 불을 붙여 던져 가족 6명이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설을 쇠러 오랫만에 모인 가족들에게 말 그대로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층간 소음 문제가 큰 논란이 되면서 정부에서 내년 상반기중 주거생활 소음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준안은 새롭게 건설되는 공동주택 바닥 충격음 등을 규정한 주택건설기준 개정안과 별도로 기존 주택에 대한 생활 소음 기준을 만들어 분쟁 조정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입주자가 쿵쿵 뛰는 소음, 문을 강하게 닫는 소음, 탁자·의자 등을 끄는 소음, 애완견이 짖는 소음, 야간에 골프 연습기·운동기구 등을 사용하는 소음 등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소음에 피해를 입은 입주자는 당사자에게 소음 발생 행위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그래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리 주체는 사실 관계 조사와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당사자에게 소음 발생 행위 중단을 요청하거나 차음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기둥식 아파트 건설 등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살인까지 부르는 층간 소음에 대한 고육책이다.


- 효과 기대는 미지수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주택건설기준 개정안이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절대 부족하다. 이웃끼리 해결해야 한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시비를 줄이려면 스스로 소음을 내지 않는 노력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카페트를 깔거나 아이가 뛰어다니지 않도록 주의하고, 이웃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공동주택 생활의 기본적인 예의가 필요하다. 윗층에 사는 사람이 아랫층에 소음으로 인한 불편 여부를 알아보고, 소음이 발생한다면 아이들 교육을 시키고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 차원에서 각 세대 별로 층간 소음과 관련한 불편 사항을 조사해 해당 가구에 결과를 확인시켜 줘야 한다. 결국 층간 소음 해결 방안은 내 집부터 문제를 찾아 스스로 해결하는 지혜가 거의 유일한 대책이 아닐까?



/김헌섭 편집부국장(사회부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