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을 비롯한 범여권과 한나라당은 김경준씨의 귀국을 놓고 험악한 정치 공방을 주고 받으며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공작 귀국' '내통' '밀약' '한방' '호들갑' '촛불 시위' '사기꾼' 등 온갖 용어가 난무한다. 대선 정국은 온데간데없고 김씨가 갑자기 대선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통합신당은 한나라당과 검찰 간 '내통설'을 제기하면서 도곡동 땅 매각대금 190억 원의 행방, 옵셔널벤처스 횡령금 384억 원의 행방, bbk 인수자금 30억 원의 출처, 마프(maf) 600억 원의 출처, lke뱅크 124억 원의 출처 등 5대 핵심 의혹 규명을 검찰에 촉구했다. 통합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김씨 소환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특별상황실을 마련하고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난리가 났고, 검찰 앞에서 촛불시위를 한다고 하고, 광화문 앞에서 드러눕겠다면서 검찰을 협박하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공박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씨가) 법정 최고형인 위증에 해당하고, 적어도 10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받기 위해 돌아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혹시라도 무슨 밀약이 있지 않은가 의혹을 갖게 된다"고 맞받았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공작 수사'를 시도하면 특검을 검토할 것이라고 맞공세를 폈다. 그는 "검찰의 불공정 수사로 2002년 김대업 공작 사건처럼 대선에 영향을 미쳐 국민 주권을 왜곡시키는 일이 있다면 역사적 죄를 짓는 것"이라며 수사 비밀이 엄정히 지켜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도 하기 전에 각각 100명 이상의 의석을 가진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이 이 난리를 치는지 개탄스럽다.

검찰은 김씨가 송환되면 384억 원 횡령 혐의 등으로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먼저 검찰의 수사 착수와 진행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순리다. 검찰을 믿지 못해 정치권이 먼저 검찰을 압박하고 견제하는지 모르겠으나 김씨 사건의 경우,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를 일단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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