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8나노미터급 반도체 개발

머리카락 한올에 12폭 산수화를 그려넣는 꿈같은 얘기가 코앞 현실로 다가왔다.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최소 8나 노미터급(10억분의 1m) 반도체 플래시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두께의 1만 2천분의 1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작은 메모리 소자개발은 반도체메모리의 1등신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계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 1등 나노기술을 향해
kaist 전자전산학과 최양규 교수팀과 나노종합팬센터가 개발한 8나노 기술은 기존의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른바 황의 법칙 이 10나노미터급이하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의 법칙 은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이 2002년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저장용량을 크게 하기 위해서는 칩안의 회로를 최대한 가늘게 만들어 내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현재 상용화된 기술로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개발한 40나노 32가 비트 메모리다. 물론 이정도만 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레벨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8나노는 삼성전자의 32기가 메모리칩 크기도 25분의 1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만큼 집적도가 수십배나 뛰어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리콘 나노선 과 4비트이중 소노스(sonos)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이같은 성과를 끌어냈다.

비휘발성 메모리는 전원공급이 중단돼도 데이터 소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8나노미터 반도체 플래시 메모리는 칩으로 구현될 경우 dvd 영화 120편, mp3 350만곡, 1만 2천년 분량의 일간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이른바 테라비트(1조 비트)급 메모리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평면적 집적
기술이 아닌 3차원 입체적 집적기술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 카이스트와 나노종합팹센터의 합작품
8나노 기술 개발은 카이스트 최양규 교수팀과 나노종합팹센터 연구팀의 공동산물이다.

두 팀은 나노관련 과제를 수차례 공동 진행하면서 팀웍을 다져왔다. 주로 최교수팀이 소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팹센터팀이 측정과 분석등을 담당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투입인력은 약 20여명. 최교수팀 대학원생 8~9명과 팹 연구팀의 10여명이 공동 보조를 맞춘다.

이번 8나노 기술개발은 약 10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생각보다 단기간내에 거둔 괄ㅌ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이번 쾌거의 밑바탕에는 지난해 3나노 기술개발의 성공이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그래봐야 채 2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동안 여기까지 왔다. 많지 않은 인력과 시간이 주어졌지만 필드경험의 노하우와 휴일도 반납하면서 밤잠을 자지않고 연구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 인력, 자금 투자는 여전히 부족
대부분 첨단산업과 마찬가지로 나노분야 역시 시간과 돈싸움이다.

하지만 국내 여건은 결코 녹녹치 않은 현실이다. 이번의 경우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뒤에는 연구원들의 개인적인 희생과 노력이 컸다.

무엇보다 인력에 대한 부분은 연구팀의 고민거리다. 식각공정팀 오재섭 연구원은 현재 인력으로는 장비를 유지하고 과제를 추진하기에도 버거운 측면이 없지 않다 면서 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맨파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성평가팀 박윤창 연구원은 연구원이나 센터를 신뢰하고 맏겨주는 문화가 아쉽다면서 외적환경변화에 따라 신분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예전보다 이공계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선 과학자들은 늘 연구비에서 자유롭지 못한점도 빼놓을 수 없다.

최양규 교수는 반도체 웨이퍼 한박스가 3000만원 정도하는데 기판을 살 돈이 없어 연구를 중단한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저런 정부과제를 추진하면서 조금씩 받은 돈으로 연구를 근근히 이어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내 나노기술 발전도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 역시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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