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직책에서 명예롭게 퇴진하지 못하는 경우는 불행한 일이다. 불명예를 안고 한 집단에서 축출됨은 가문을 욕되게 하는 망사지죄(罔赦之罪)일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청렴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본연의 의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공직수행에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청렴을 좌우명으로 하는 청백리(淸白吏)가 많음은 국민을 기쁘고 편안하게 한다. '동몽선습'에도 공직자가 항상 마음에 둬야 할 덕목 3가지로 '청렴, 신중, 근면'을 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행록'에서는 "만족할 줄 알면 즐거움이 따르고 재물을 탐하면 근심이 뒤따른다"고 했다. 아무리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도 세상살이는 그리 녹록지 않다.
여울물처럼 흘러가는 삶의 궤적 속에 어찌 크고 작은 잘못이 없을까. 그래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투철한 목적의식과 확고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부정을 저지르는 공직자보다 뇌물에 초연한 공직자가 더 많음은 부인할 수 없다. 충북도청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해의 베스트팀을 선정한다. 팀원끼리 화합단결해 모범을 보인 사례를 발표, 투표로 공식 인정 받는다. 베스트팀은 동료들의 투표로 선정됐기에 인간적·업무적인 면에서 모두 훌륭한 평가를 받아, 들장미처럼 직원 남녀노소의 부러운 눈길을 한 몸에 받는다. 베스트팀 선발에 한 가지 조건을 덧붙이면 하는 바람이다.
직원들에게 혈육의 정을 주는 사람, 과학이나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동료들의 시름까지 달래주고 만인의 공감대를 형성해 산소 같은 정신적 기둥이 돼 줄 수 있는 사람, 언제 봐도 위선이 묻지 않은 파안대소, 모양도 빛도 색깔도 없는 향기가 피어나는 사람. 이런 요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동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이 우리 공직사회에 가득하다면 바른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때때로 그런 공직자들을 보면서 내 삶에 있어 가장 귀중하고 찬란한 보석을 통째로 얻는 듯한 기쁨을 누리곤 한다. 그런 이들을 모범적 표양으로 삼는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도 정화되지 않을까 싶다. 오만불손한 이 땅의 권력자들이 자성할 수 있다면 봄의 문턱에 접어든 요즘 기후가 그다지 썰렁하지만도 않을 일이겠다.
/김정열 충북도 식품의약품안전과·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