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에 등 떠밀려 겨울도 저만치의 거리에 있다. 그래 그런지 휘장처럼 낮게 드리워진 물안개가 출근길 무심천 물 위에서 풀풀 날린다. 하지만 '춘래불사춘'이라 했던가. 왠지 몸은 자꾸만 움츠러든다. 돌아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각종 부조리가 만연돼 있다. 말 뒤집기를 밥 먹듯 하는 정치인의 언행 불일치나 사명감이 부족한 작가들의 필행(筆行) 불일치가 그렇다. 사이비 종교인은 기행 불일치의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어쩌면 나 역시도 이런 부류의 삶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 이따금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자문자성(自問自省)해 보곤 한다.

세상 일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직책에서 명예롭게 퇴진하지 못하는 경우는 불행한 일이다. 불명예를 안고 한 집단에서 축출됨은 가문을 욕되게 하는 망사지죄(罔赦之罪)일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청렴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본연의 의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공직수행에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청렴을 좌우명으로 하는 청백리(淸白吏)가 많음은 국민을 기쁘고 편안하게 한다. '동몽선습'에도 공직자가 항상 마음에 둬야 할 덕목 3가지로 '청렴, 신중, 근면'을 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행록'에서는 "만족할 줄 알면 즐거움이 따르고 재물을 탐하면 근심이 뒤따른다"고 했다. 아무리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도 세상살이는 그리 녹록지 않다.

여울물처럼 흘러가는 삶의 궤적 속에 어찌 크고 작은 잘못이 없을까. 그래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투철한 목적의식과 확고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부정을 저지르는 공직자보다 뇌물에 초연한 공직자가 더 많음은 부인할 수 없다. 충북도청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해의 베스트팀을 선정한다. 팀원끼리 화합단결해 모범을 보인 사례를 발표, 투표로 공식 인정 받는다. 베스트팀은 동료들의 투표로 선정됐기에 인간적·업무적인 면에서 모두 훌륭한 평가를 받아, 들장미처럼 직원 남녀노소의 부러운 눈길을 한 몸에 받는다. 베스트팀 선발에 한 가지 조건을 덧붙이면 하는 바람이다.

직원들에게 혈육의 정을 주는 사람, 과학이나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동료들의 시름까지 달래주고 만인의 공감대를 형성해 산소 같은 정신적 기둥이 돼 줄 수 있는 사람, 언제 봐도 위선이 묻지 않은 파안대소, 모양도 빛도 색깔도 없는 향기가 피어나는 사람. 이런 요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동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이 우리 공직사회에 가득하다면 바른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때때로 그런 공직자들을 보면서 내 삶에 있어 가장 귀중하고 찬란한 보석을 통째로 얻는 듯한 기쁨을 누리곤 한다. 그런 이들을 모범적 표양으로 삼는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도 정화되지 않을까 싶다. 오만불손한 이 땅의 권력자들이 자성할 수 있다면 봄의 문턱에 접어든 요즘 기후가 그다지 썰렁하지만도 않을 일이겠다.



/김정열 충북도 식품의약품안전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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