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각료임명과 관련, '전관예우'란 단어가 새삼 크게 거론되고 있다. 사전에서는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라고 나온다. 군법무관으로 16년, 개업변호사로 16년을 살아 온 나는 소위 '전관예우'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내왔다. 나는 군사법원에 근무한 경험으로, 일반 변호사들이 잘 모르는 군사법원 재판사건을 개업 초기에 몇 건 선임해서 처리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군판사로서 재판할 때처럼 특별히 대우받은 것은 없다. 재판·기소하는 이가 사건처리기준을 함부로 깨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 서울 대형로펌에서 전직 판·검사 뿐 아니라 고위관료 출신을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고용, 억대 월급을 줘가며 로비스트로 활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퇴직 판·검사 절반이 20대 대형로펌에 취업했다. 대형로펌들은 국세청, 공정위 등 전직 고위관리들도 영입, 로비스트로 활용한다. 국세청에서 2006~2011년 퇴직한 고위공무원 26명이 로펌 및 회계법인으로 옮겨갔고, 퇴임 당일이나 다음날 바로 취업한 경우도 11명이나 된다고 한다. 결국 능력보다 고위직 출신의 이름과 관직을 채용했다고 할 것이다. 그 폐해의 심각성은 잘 알려진 대로다. 전직 고위 법관이나 검사들이 맡은 사건의 경우 자신의 이름으로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고 수임료를 현금으로 받아 챙김으로써 세금을 내지 않음은 물론, 사건 자체에 대해서도 법원이나 검찰의 고위인사를 통해 부탁해 옴으로써 실무 담당 법관이나 검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고위직에 있던 이들이 로펌의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파격적 대우를 받으며 로비스트로 일하다 정부의 장차관으로 돌아와 소위 '후관'이 되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러니 현직에 있는 이들이 대형로펌 눈치를 안 볼 수 없게 됐다. 실제 정홍원 총리, 황교안·윤병세·김병관·서남수 장관 후보자 등이 과거 법원·검찰·정부 고위직 근무 경력으로 고문을 맡았다가 총리·장관으로 내정된 경우다.

국민들로부터 의심을 받으면서도 돈과 명예를 함께 누리겠다는 이들을 꼭 써야 할 만큼 이 나라에 인재가 없는가. 이것이 '국민행복시대'를 내 건 새 정부의 의지인가. 전관예우를 금지한 변호사법이나,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로펌·회계법인에 재취업하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이 효과 없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신고식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번 청문회를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미국은 230개가 넘는 검증 과정을 거치고 현직에서 중요한 부분에 개입한 사안은 정부와 관련, 대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국회청문제를 강화, 도덕적 흠결이 있는 자는 정부 고위직을 맡지 못하게 하고, 전직 고위관리가 다시 '후관'으로 돌아옴을 막아야 한다. 로비스트 관련법도 만들어, 로비를 허용하되 규제를 투명히 해야 한다. 국민행복시대는 모든 국민이 정부·법원·검찰을 신뢰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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