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역사로 또 다른 백년을 준비하는 평택대학교에서 특강을 하게 되었다. 글로벌 영재 교육원 2013년 봄 학기 입학 오리엔테이션 진로특강을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높은 천장을 울렸다. 영재란 특출한 능력과 탁월한 성취 가능성이 있어, 자기 성장과 사회 공헌을 위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이상의 특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에 의해 식별된 자라 정의된다. 영재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높고 빠른 정보 습득과 정확한 기억력으로 스스로 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높다. 공부하라고 잔소리 안 해도 스스로 알아서 한다니 얼마나 기특한가.

더구나 창의적 사고와 높은 성취욕으로 과제를 완벽하게 해 내려는 특성이 있다 하니 영재 부모들의 어깨가 올라가 있는 게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영재들은 유소년기에 특별한 능력을 드러냈다가도 청년기가 되면서 영재성이 소멸하는 경우가 있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영재성은 교육적 지원과 노력이 지속되지 않으면 소멸하기 때문에 소중한 인적 자원을 어떻게 지속 가능 상태로 유지한 채 국가에 이바지할 인재로 만들 것인지에 다양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영재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어머니(55.6%)와 아버지(31.8%)가 중요하다는 연구가 있는데 그런 영재부모에 대한 진로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는 자녀에게 영재 부모들은 멘토가 돼 줘야 한다. 그런데 영재의 부모들이 고학력에 전문직이거나 활동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녀를 돌볼 기회가 일반 부모보다 적을 수 있다. 영재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사회·문화·경제적으로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높은 지위의 전문직을 갖도록 주변 사람들로부터 압박을 받는 경우도 많아 영재 스스로 자아실현을 추구하기 보다 타인의 기대에 따라 행동함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재능성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 가능성이 많아 무엇을 하든 알아서 잘 결정하리라는 생각에 교사나 상담자가 진로결정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영재의 진로 선택에 대안은 많은데 도움을 받을 기회가 줄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잘난 자식은 국가의 자식이고 못난 자식은 내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영재로 낳아 국가의 자식으로 키우고자 하는 영재 부모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영재에 대한 책임을 부모의 어깨에만 얹기에는 그들의 짐이 너무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재는 그들만의 자식이 아니라 우리의 자식이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할까.

혹시 지원은커녕 영재를 성장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엄마들에게 힘 빠지는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저출산으로 어려운 나라에 영재를 낳아줬으니 표창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넘치는 에너지로 자신은 물론 사회에 공헌할 영재들의 진로에 작은 등불이라도 하나 켜 놓고 싶다.



/유인순 한국문인협회 천안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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