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새봄이 시작되고 있지만 오랜 가뭄이라 산불도 걱정이다.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적 특징 때문에 우리나라의 산불은 70% 이상이 봄철에 발생된다 한다. 실제로 지난 주말 울산과 포항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몸살을 앓았는데, 때마침 단비가 촉촉하게 내려 봄을 재촉하니 산천초목이 환호성을 지른다. 특히 산불 걱정을 덜어 주어 다행스럽다.

봄비 같은 자양분이 되고 지친 심신과 고갈된 감성을 일깨우는 청량제라도 찾고자 서점에 갔다. 금천광장 부근의 모 서점에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샀다. 지난 1월, 공무원연금지에 투고하여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사서 더욱 뜻 깊다. 삶의 지혜란 굳이 내가 무언가를 많이 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편안한 멈춤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등 심금을 울린다.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 스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마음공부를 하고자 한다.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사람들에게 치여 상처받고 눈물 날 때, 그토록 원하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힘든 내 마음을 지탱하느라 애쓰는 내 몸을 위해 운동도 하고 훌쩍 여행도 떠나요. 부족한 '나'라고 해도 내가 나를 사랑해주세요. 한 두 사람의 비평에 상처받아 쉽게 포기하지 말고,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쉽게 한 말에 너무 아파하지 말아요. 일중독처럼 무조건 열심히 하지 말고 즐겨야 합니다. 유머가 있을 때 삶이 풍성해지고 여유가 생겨요.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 사이의 쉼표 때문이지요. 힘든 일도 삶이라는 학교가 어떤 가르침을 주려는 것. 아픈 상처를 억지로 떼어내려 몸부림치지 말고, 그냥 마음의 프라이팬에 시간이라는 물을 붓고 기다리면 어느덧 떨어져나가요. 나를 배신한사람, 그를 용서하세요.

그를 잊고 내 삶을 살아야 하고,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사람도 너무 완벽하고 매끈하면 인간미가 덜해요. 삶은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벌이는 장기 레이스! 스마트폰만 하지 마시고 책을 보세요. 세상을 깊고 넓게 보게 하고, 다양한 간접 경험을 책이 해주어요. 심사숙고도 좋지만 100% 확신이 설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어요. 설사 실패를 한다 해도……."

승려이며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도 껴안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쫓기듯 사는 삶 속에서, 관계 속에서 고통 받고 외로워하고, 필요 이상으로 타인과 비교하며 뒤처지고 부족하다 낙담하고, 초조하고 긴장하고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다. 공부는 모르는 것을 배워서 지식으로 채워가지만 마음공부는 반대로 '안다'는 생각을 잠시 쉬면서 텅 빈 채로 마음을 밝히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쉬면 세상도 쉽니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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