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 속에서 '인간관계'처럼 중요하고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항상 느껴왔는데,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명쾌하고 지혜로운 답을 준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초월해 좋아하고 따르는 '영혼의 멘토, 청춘의 도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참으로 쉽고도 어려운 말이다. 너무 가까이 가면 뜨거워 화상을 입게 되고, 너무 멀리 하면 아주 쌀쌀하고 춥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 여덟아홉 명 모이는 모임에 가면 나를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두세 명 정도 있고 처음부터 괜히 싫어하는 사람이 한두 명 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니 너무 상처받지 말고 살아야 한단다. 필자도 이런 연유로 상처를 받았던 악몽이 있어 공감된다. 우리는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와 가족, 친척, 친구, 동료, 이웃……. 이 관계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해지고, 우리의 가장 큰 스승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배움이다. 자라온 환경도 경험도 정서와 생각도 다 다르기에 "남이 내 뜻에 순종해주길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오늘 하루, 당신을 슬프게 한 사람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란 말씀도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 전 경북 경산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정부와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근절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혜민 스님의 말씀처럼 근본적인 지도가 미흡했던 것은 아닐까? 우린 어려서부터 정해진 틀 안에서 남들과 경쟁하는 법만 배우고 삶을 즐기는 법,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법은 덜 배운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이나 점수화할 수 없는 재능 등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주고 키워준다면 학교폭력, 청소년 비행, 각종 불행한 사건들이 훨씬 줄어들 것인데…….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남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의미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큰 꿈을 품고 '내 뜻'으로 살아야 하고 누구보다도 자신을 더 사랑하자는 말씀도 되새겨 본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질까?'라는 고민도 한다.

한 마디로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고 한다. 내가 상상하는 만큼 사람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것은 과욕이다. 내가 모두를 좋아하지 않듯이. 그러니 주위에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이것저것 너무 고민하지 말자. 서로 경청해주고 공감해주고 존재를 인정해주고 가치를 알아줘야 한다. 운전에 미숙한 사람이 브레이크를 자주 밟듯이 대화 중에 끼어들어 브레이크를 자주 걸지 말고.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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