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잇따라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경기도 성남에서 투신자살한 한 사회복지직공무원은 5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무과중에 따른 심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보편적 복지정책이 확대 실시되면서 살인적인 근무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대한 업무 외에도 보육료 지원과 노령층·장애인층, 다문화가정 지원 등 업무를 맡고 있고 심지어 교육비 지원 업무까지 했다고 한다.

그나마 동료가 출산·육아 휴직까지 내면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바람에 야근과 휴일근무도 밥먹듯이 했다고 한다.

못된 악성민원인을 만나면 그 고통과 수치심은 일반인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묵묵히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로 인식돼 온 그들이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왔다는 것이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그런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공무원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아까운 목숨을 버릴 수 밖에 없는 세태가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런 저런 대책을 쏟아 내놓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이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인사평가시 가점을 부여하고, 수당인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계획된 복지인력 1800명을 조속한 시일내에 배치하고, 육아휴직 등 결원으로 인한 빈자리 대책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 근무개선을 위해 우울증 또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공무원은 보건소 등을 통해 상담과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일선 현장으로 달려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애로상황을 청취했다.

충북도도 며칠전 500명이 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나누며 이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몇사람 죽으니까 보여주는 일회성 관심'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내 한 사회복지직공무원은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지만 조금 지나면 언제 그런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관심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며 최근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사회복지직은 공직사회에서도 주류가 아닌 '마이너리티'(소수)이자 '乙'의 존재"라며 "이런 일이 일어났을때 밥한번 먹는 간담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 먼저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름대로 소명의식을 갖고 사회복지업무에 뛰어든 이 땅의 많은 젊은 공직자들이 자신의 꿈을 채 피기도 전에 잘못된 현실의 벽에 부딪혀 꽃다운 목숨을 버리는 일이 더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견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소통을 위한 제도적 창구마련은 무엇보다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할 숙제다.



/김정호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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