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 능력시험의 변별력에 문제가 있다. 지난 15일 치러진 2008학년도부터 수능 성적은 1∼9등급만으로 표시된다. 91점을 받은 학생이나 99점을 받은 학생이 똑같이 1등급으로 처리되거나 단 한 점 차이로도 등급이 바뀔 수 있다. 대학들이 같은 등급인 경우 1점이라도 더 높은 학생을 뽑으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가릴 수단이 현행 등급제 아래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은 수능의 각 영역을 점수로 환산하면서 수리 등 특정 영역의 우수 등급자를 우대하거나 특정 영역의 등급 간 차이를 넓히는 방식을 쓰고 있다. 특정 영역의 점수가 나쁘면 다른 영역의 등급이 아무리 좋아도 떨어질 수있다는 얘기다. 수능뿐 아니다. 학교 간 격차가 있는 내신의 실질반영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지자 내신 성적의 등급 간 점수 차를 줄여 '내신 무력화'를 꾀했다.

수능 및 내신 등급제 아래서는 동점자가 꽤 많이 나오게 되므로 상위권 대학에서는 논술이 합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내신, 수능, 논술 등 3가지를 모두 잘해야 대학에 갈 수 있다는것을 증명한다. 학생부나 수능 어느 한가지만 뛰어나도 원하는 대학에갈 수 있다는 교육부의 설명은 학생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2008 대입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부 비중 확대'와 '수능 9등급제 전환'이다. 과도한 사교육, 서열 위주의 교육 풍토를 개선하려면 우선 학교생활이 정상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신 성적이 대입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도시 가구의 한달 사교육비는 15만2000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고3들은 기말고사 공부 대신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이런 기현상을 없애려면 수능 및 내신 등급을 더 세분화하거나 원점수를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험생은 혼란스럽다고 하는데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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