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이 중매 서는 일이나 다름없다 생각돼 혼인이 성사될 때까지 수많은 대상자를 섭외하고 연결하던 중매쟁이 할아버지의 두툼한 수첩이 떠올랐다. '성공취업패키지'는 주로 저소득층 실업자가 대상인 고용노동부 지원 사업이다. 건강보험 납부액 기준 일정액 이하인 만 18∼64세 실업자에게 취업을 지원하고 알선하는데, 주 30시간 미만 근로자도 고용보험 미가입자이면 신청할 수 있다. 일단 신청하면 개인별 전담 상담사가 배정돼 전문적인 취업진단을 받고 집단 상담을 하게 된다. 필요하면 직업훈련과정 소개, 이력서 클리닉, 면접동행도 한다. 이를 통해 취업하면 각 과정을 마칠 때마다 금전적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취업 후 근속기간에 따라 일정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 또한 이 프로그램 이수자 채용 6개월 후면 고용촉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석 대, 잘 서면 술이 석잔'이라는 말도 있지만, 성공취업패키지는 이를 통해 좋아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국가 고용률을 높일 수 있어 좋고, 기업은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좋고, 취약계층은 이 기회를 통해 가난을 이기고 자의식을 회복할 수 있어서 좋고, 가족들은 희망을 얻을 수 있어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교육원을 운영하면서 직업·진로에 대한 관심으로 수료생을 취업시켜줬던 경험이 힘이 됐다.
파슨스라는 학자가 '자신을 이해하고 직업세계를 이해한 다음, 과학적 매칭을 해야 한다'는 직업지도 운동을 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가적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저소득층이 한계를 딛고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책상에 쌓인 이력서를 본다. 신혼 때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중매쟁이 할아버지처럼 취업될 때까지 매칭을 시도하리라. 연애결혼처럼 자신의 힘으로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환호가 터진다. 돈보다 더 큰 가치, 이것이 보람이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장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책상 위의 이력서를 오버랩시킨다.
/유인순 한국문인협회 천안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