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원하지만 좀처럼 여의치 않았는데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숙독하니 지혜로운 해법 같아, 좋은 말씀을 자신에게 접목하며 곱씹어 본다. 마음이 울적할 때 그 생각을 붙잡아 증폭시키지 말고, 마당의 나무를 보듯, 강가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듯, 내 것이라는 생각이나 집착 없이 그냥 툭 놓고 그 느낌을 바라보면 인연에 따라 잠시 일어난 것이기에 인연에 따라 자기가 알아서 소멸한다고 한다. 우리 마음이 세상을 향할 때는 바쁜 세상사에 쉽게 휩쓸려버리지만, 내면을 향해 있으면 아무리 세상이 소란스럽더라도 중심을 잃지 않고 평안을 찾을 수 있다.

삶의 고통과 원인은 내 안의 '바라보는 자'를 잊고 외부의 사건과 대상에 마음을 빼앗긴 채 따라가기 때문이니 이 쉽고도 어려운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걱정이나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싶을 때도 마음을 현재에 두면 된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다. 생각이나 걱정은 모두 과거나 미래의 영역에 속해 있으니 '지금 바로 이 순간'인 현재에 마음을 둬야 하겠다. 고민, 화, 짜증, 서운함, 미움 등 불편한 감정들이 밀려올 때 어떻게 하면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며 다스릴 수 있을까? 건밤을 보내도,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심리를 전공했어도 오리무중이었는데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분노·미움 같은 부정적 마음 상태가 '진흙'이라고 한다면, 마음이라는 물 속에 진흙이 잔뜩 풀어져 온통 진흙탕이 됐을 때 어떻게 하면 그 진흙을 빨리 가라앉힐 수 있을까? 진흙을 가라앉히려고 손으로 물 속 진흙을 자꾸 누르면 더 어지럽게 퍼지는 것처럼, 부정적인 마음을 없애려고 애쓸수록 더 비집고 올라오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제3자의 입장에서 조용히 관조하다보면 부정적인 마음을 이해하고 또 그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다. 마치 거울이 비추는 대상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지 않는 것처럼 나 역시 분별하거나 말을 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그저 바라봐야 한다는 지혜도 배울 수 있어 기쁘다. 친구, 가족, 이웃, 내 주위 사람들을 내 마음에 맞게 바꾸려 하지 말고 오히려 바꾸려는 내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가르쳐 준다.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서 무슨 수로 다른 사람을 내 방식대로 바꾸겠는가? 세계적 작가인 앤드류 매튜스의 말처럼 세상 사람 모두가 삶의 스승인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촉 빠르고, 똑똑해 옳은 소리 하고, 비판을 자주 하는 사람보다 가슴이 따뜻해 무언가를 나눠주려고 애쓰는 사람, 친구의 허물도 품어줄 줄 아는 사람, 고통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 더 가슴 뭉클하다. 오늘도 어려운 여건에서 내 마음과 친해지며 지금까지 훌륭한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을 비롯, 많은 분들의 장점들을 본받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뜨거운 열정으로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낸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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