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농구마저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스포츠계가 충격을 넘어 분노에 빠져들었다. 어느 특정 종목에 국한된 게 아니라 선수와 감독 등 스포츠계 전반에 걸친 불미스런 사건에 스포츠 집단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신 또한 가중됐다. 한국 농구계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의 구속으로 국내 4개 프로스포츠는 모두 승부조작과 연루된 오명도 함께 뒤집어 쓴 결과를 초래했다. 축구로 시작된 승부조작 파문은 배구와 야구로 이어졌고 농구계에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징후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설들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현역 감독이 비리에 직접 가담했다는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스포츠계는 또 다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됐다. 오래 전 '2008년 K3리그 승부 조작'을 시발점으로 관련 선수가 구속되고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으며 2010년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은 후유증이 더 컸다.

비록 '프로계'는 아니었지만 승부조작 결과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됐음에도 여전히 검은 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같은 스포츠계의 승부조작은 실망을 넘어 스포츠 자체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잃게 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가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린다는 건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외면 받아 마땅하다. 현재까지 스포츠계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연루됐다고 밝혀진 몇 선수들을 제재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은 진정성이란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별로 와 닿질 못 했고, 근시안적 대책만으로는 승부조작 관행을 근절할 수 없다. 스포츠계는 우선 승부조작이 해당 종목 뿐 아니라 한국체육 전체의 미래를 앗아가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해야 한다. 스포츠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팀과 팀, 개인과 개인 간 승패이고 기록이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의 본질은 '승패'를 가리기 위해 정정당당히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스포츠 본연의 도덕성을 훼손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승부조작의 온상인 불법 스포츠도박 단속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해 축구·야구 승부조작이 드러났을 때에도 정부는 강력히 단속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1000여 개가 넘는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은 연간 10조원 규모를 웃돈다고 알려져 있다. 각종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상하관계가 매우 엄격한 스포츠계의 특성 상 정신교육 강화나 도덕성 만으로는 검은 손의 농간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국민들이 승부조작 사건에 무감각해지고 무관심해져 스포츠 자체를 외면하고 불신하기 전에 스포츠계 전반이 뼈저린 반성과 자정노력을 통해 심기일전해야 한다. 아울러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꼬리자르기 모양새를 취하는 건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나 신성한 스포츠에 대한 모독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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