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아침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눈이 6㎝ 가까이 내리는 기상이변이 있어 새벽 출장길에 나섰다. 문의면 마구리에서 이장님과 만나 사과나무와 배나무 밭을 둘러봤다. 사과나무 가지에는 때 아닌 눈꽃이 피고 땅에는 발이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 이날 가덕·낭성·미원지역을 돌아보며 만난 농업인들은 한결같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15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농업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일찍 정식했거나 파종한 옥수수·감자농가에는 동해를 입었고 월동작물인 마늘도 피해를 입었으며 포도농가에서도 꽃눈 피해가 나타났다. 그래도 우리 지역은 덜 한 것 같다. 이미 배·복숭아 꽃이 저온기에 핀 남부지역에서는 꽃이 동해를 입으면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많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저지른 개발 위주 정책들이 환경을 파괴하고 그에 따른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로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예고된 인재라 하고 있다. 대구의 사과농가들은 이미 상당수가 강원도 인제나 평창지역으로 북상, 과수원을 조성했고 제주도에서만 경작되던 감귤과 한라봉이 육지에 오른지도 오래됐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앞으로 수년 후 우리가 먹을 대표과일은 멜론이 될 것이며 대전 이남 지역에서는 사과·배 경작이 어렵게 될 정도로 이미 지구 온난화는 우리 곁에 가까이 와있다. 봄·가을은 실종되고 여름이 5개월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며 우리나라의 기후도 서서히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다.


- 적극적인 대응만이 살 길


이런 현상을 우리는 가만히 보고서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 최근 피해가 심각한 사례를 발굴하고 그에 대한 백서를 발간해 금후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로 만듦은 물론이고 이를 각종 농업인교육이나 세미나 때 사용해 일륜편이적 농법에 익숙해져 있는 농업인들이 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작물 파종과 정식시기, 비닐하우스 설치시기 등을 적절히 조정하도록 해 안전한 농업을 영위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많은 농가가 3년 저만 해도 4월 초순 일제히 못자리 파종을 해 많은 농가가 저온피해로 묘판을 버리고 재 파종하는 아픔을 겪은 사례를 농업인들에게 인식시킨 결과 이제는 20여 일 이상 늦게 파종하도록 개선됐다. 과수 꽃눈 피해는 기술·물리적으로 예방이 어렵지만 미세 살수나 방상(防霜)팬 등을 설치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들을 더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특히 아열대성 작물 중 재배 가능 작물을 선별해 실증재배를 거쳐 농가에 보급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러시아 곡창지대의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몰아쳤던 에그플레이션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이제껏 등한시 했던 쌀농사는 온난화에 의해 밀려올 식량전쟁 대응 차원에서도 새로운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윤명혁 청원농기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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