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로인해 시민들의 심기가 또다시 불편해 지고 있다. 이번엔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논란 촉발의 진원지다. 유 장관은 얼마 전 올해 안에 시·도 광역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 수십조원에 이르는 광역자치단체의 예산을 다루고 시민생활과 직결된 일을 하는 광역의원들에게 일할 여건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기초의회도 단계적으로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급보좌관제는 지방의원들이 지자체를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단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유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지켜 온 "유급보좌관제는 지방자치법에 위반한다"는 원칙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일이다. 특히 일부 지방의회가 '유급보좌관 조례'를 제정하자 안행부 전신인 행정안전부가 제소해 대법원이 지난 1월 "지방의원 보좌관제는 현행 제도에 중대한 변경을 일으키는 것으로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할 입법사항"이라는 위법 판결과도 정면 배치된다.


- 지방자치법 위반 위법 판결


예산도 만만치 않게 든다. 전국 17개 시·도의 광역의원 855명에게 연봉 5000만 원의 보좌관을 1명씩 둔다고 치면 매년 427억5000만원이 소요돼 지자체 입장에선 엄청난 재정 부담이 따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결정에 앞서 국민 여론을 살피고 행정적·정치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 법치와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각료로서 이를 무시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1991년 출범한 지방자치제는 본래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 그후 활동비(1500~2000만 원 상당) 수당 수준을 벗어나 2006년부터 슬그머니 중소기업 연봉 수준(5000~6000만 원)의 월정급여를 지급하면서 의원유급제가 도입됐다. 그리고 매년 의정비 인상을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급보좌관제 도입은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강행한다면 국민을 물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까지 보좌관이 없어 의정활동을 소홀히 했단말인가.


- 역량 갖춰 국민적 합의 얻어야


현재도 지방의회 사무국이나 사무처에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 지원하는 직원들이 배치돼 어려움이 없다. 오죽하면 사무처 직원들이 회기때 말고는 평소엔 할 일이 없어 정기 인사에서 의회로 발령이 나면 “쉬로 간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공무원들이 불편한 건 고유 업무가 아니라 상전노릇을 하는 지방의원의 수발을 드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일부 의원들은 집행부 감시 견제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지방의원들은 자질과 능력 부족으로 거수기에 불과해 존재이유가 없다. 아예 의정활동을 뒷전이고집행부 공무원에 청탁이나 비리에 가담하며 개인 잇속챙기기에 나서다 물의를 빚는 저질 의원들도 있다. 앞 뒤를 종합해보아도 작금의 지방의회는 유급보좌관제 도입보다 책임지고 지자체를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을 쌓기 위한‘소양교육’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고집한다면 결국 말 타니 종(從)까지 부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비쳐질 뿐이다.‘OOO의원’에서 ‘OOO씨 ’로 신분 추락을 자처해서 되겠는가.



/이광형 논설위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