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늦은 밤 서울에 계시는 가까운 지인이 집에서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숨이 가쁘셔서 긴급하게 병원에 가셔야 했는데 평소 다니시던 병원이 집에서 너무 멀어 우선 근처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셨다고 한다. 응급실에 있던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듣고는 우선 MRI 부터 찍자고 하더란다. 가볍게 머리 아픈 증상만 완화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오려 하셨던 지인은 완곡히 거절했지만 무조건 찍어 봐야 된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그 병원에서 MRI 촬영을 하셨다.

촬영 후에도 정확한 원인을 못 찾겠다고 입원부터 해야 한다고 했지만 평소에도 조금 그 병원을 못 미더워 하셨던 터라 입원을 해야 한다면 좀 더 멀더라도 평소 다니시던 병원으로 가시고자 첫 번째 병원에서 수백만 원을 들여 검사한 관련 자료를 모두 달라고 요청해 응급차로 두 번째 병원으로 옮기셨다. 그런데 어렵사리 도착한 두 번째 병원에서도 방금 전 병원에서 받아간 검사자료를 보여 주었음에도 자기들 병원에서는 자체 MRI로 다시 찍어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했고, 지인은 하룻밤에 두 번씩이나 비싸기도 하거니와 몸에도 해로울 MRI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는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혹시라도 상황이 안 좋을 수 있다는 급한 마음에 의사의 의견에 따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어 또 다시 MRI 촬영을 해야만 했다. 두 번째 병원에서도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주치의는 해당 환자의 변화 기록 및 자신의 의견을 차트에 기록하고, 만일 이러한 기록들이 병원 간 공유된다면 동일한 검사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의 공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개인정보의 공유에 대한 문제도 있겠지만 의료진의 마인드가 폐쇄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한다. 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남과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400병상 이상 중·대형병원의 전산 시스템은 대부분 서로 다르다.

그 이유는 의료 정보시스템 도입 시 현재 자신의 병원에서 진행 중인 프로세스에 꼭 맞는 시스템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의 경우 표준화된 시스템에 맞춰 기존 프로세스를 변경한다고 한다. 내가 하고 있는 것보다 남이 하고 있는 것이 더 효율적이면 거부감 없이 프로세스를 바꾼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형 병원 의사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해당 병원의 시스템 교육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프로그램이 모두 다르니 당장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프로그램부터 배워야 한다. 만일 내 것만 고집하지 않고 의료 프로세스가 표준화돼 의료 시스템이 표준화 된다면 오진료가 감소되고, 의료의 품질을 향상 시킬 수 있고, 환자 서비스가 향상 되는 등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의료정보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기술과 기반을 가지고 있는 모바일과 통신 기술을 결합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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