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아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대해줘 나도 모르게 옆에 앉으니 음식을 건네준다. 초면이라 사양 하니,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착하고 반가운 것이라고 덕담까지 해준다. 요산요수(樂山樂水)를 말하는 것이리라. 덕분에 오래 전 시골에 살 때 먹던 봄철의 별미 쑥버무리를 향수에 젖어 맛있게 먹으며 가슴 벅찬 인정에 감동도 먹는다. 후식으로 포도와 복분자주까지 한 잔 마셨으니……. 나도 두유가 하나뿐이지만 줬더니 고마워한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듯이. 잠시 대화를 나누며 아직은 살만한 사회라는 것을 느낀다. 자칫 경솔하게 행동하다 오해라도 받을까 조심하며 우선 경계한 것도 부끄럽다. 그렇다.
이 세상에 처음부터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다가가 먼저 인사하고 마음을 열어야 하는데, 괜히 이상한 눈으로 볼까봐 우리는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외국 여행을 할 때 미소와 친절, 그리고 먼저 인사하는 것을 부러워하지 않았는가! '사람'을 발음하면 입술이 닫히고 '사랑'을 발음하면 입술이 열린다. 지나친 자존심과 허식에서 벗어나 서로 따뜻한 가슴과 정(情)으로 대하면 경계를 없애고 훈훈하고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푸른 오월은 결혼식도 한창이고, 필자에게도 주례 요청이 오곤 한다.
처음에는 아직 미흡한 것 같아 사양했으나, 이젠 어엿한 부부가 돼 힘찬 출발을 할 때 축하와 덕담을 해 주는 것도 공덕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성껏 서주고 있다. 경력이 많아져도 선생님이 어려움을 체험했듯 주례도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사명감에 어깨가 무겁다. 간혹 무덤덤하게 서있기도 하지만 대개 주례와 눈을 마주하며 미소를 머금고 경청할 때 좀 더 참신하면서도 평생 좌우명처럼 여길 수 있도록 훌륭한 주례를 해주고 싶다. 결혼식 후 혼주들까지 감사인사를 해줄 때 용기와 힘이 나고 더 잘 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노천명 시인의 '푸른 오월' 싯구처럼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김진웅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