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중략)…산자여 따르라.”80년대부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불렀던‘임을 위한 행진곡’이 매년 5월이 되면 논란거리다. 이 노래는 저항의 시대를 지나면서도 노동자 농민 학생 등이 애창하는 민중가요가 된 지 오래다. 이 노래가 5·18광주민주화운동 제33주기를 맞아 정부 주관 기념행사에서 노래 제창을 공식 식순에서 제외한 국가보훈처와 “포함시켜야 한다”는 5·18 유관단체 간 마찰을 빚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공식 5·18 기념곡 제정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일 광주지방보훈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5·18은 광주시민만의 행사가 아니고 정부의 기념행사"라며 "정부의 모든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는 공식 기념노래가 있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은 많은 의견이 있다"는 발언 때문이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민중가요


박 처장은 이어"33주년 기념식이 끝나면 기념곡 제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처는 공모를 통해 기념곡을 제정할 계획으로 이미 4800만원의 예산도 편성해 둔 상태다. 그러자 광주·전남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 5·18 관련 단체 대표들이 모여 긴급 모임을 갖고 정부가 5·18 기념곡 제정 추진을 철회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선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 노래는 1983년부터 5·18 기념식 때마다 제창 돼 왔다. 2004년 기념식 때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해 이 노래를 불렀으며,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이 노래 제창이 식전 행사로 분리됐다. 2011년과 2012년에는 합창단이 부르는 것으로 변경 돼 일부 참석자는 합창단의 노래에 맞춰 따라 부르는 현상이 반복해 벌어졌다. 보훈처는 올해 도 예년처럼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기념곡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은 5.18의 역사성·상징성은 물론 목적, 취지, 어느 것에도 맞지 않는 시대에 뒤떨어진 관료들의 발상이다.


- 운동권 전유물로 인식해선 안돼


이 행사는 4.19와 함께 이 나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뜻을 기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개최하는 것으로 그 정서에 맞는 노래를 부르면 된다. 정부가 어떤 노래를 제창하라고해서 부를 정도로 국민은 우매하지 않다. 국가 보훈처는 과거 임을 위한 행진곡이 시위를 촉발시키는 ‘운동권 노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역사성과 상징성을 인정해야 한다. 아직도 이 노래를 운동권의 전유물로 인식해 보수층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대체곡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되래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국가보훈처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물리고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며 민중가요만을 제창하는 종북세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호국역사바로알리기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5.18과 광주 앞에선 그 어느 노래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신할 수 없다.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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