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은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거리 곳곳에 갖가지 봉축 현수막과 연등이 걸려 이 날을 축하하고 참된 뜻을 기리게 했다. 천주교 등 타 종교에서 현수막을 내걸며 봉축해주는 아름다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작년 4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부처님 오신 날 연등회는 참으로 장관이다. 초파일이라고도 하는 음력 4월 8일은 불교의 연중 기념일 중 가장 큰 명절이다. 법회를 비롯해 연등(燃燈), 관등(觀燈)놀이(제등행렬), 방생, 탑돌이 등이 있다.

연등놀이는 석가 탄생을 축하해 등공양(燈供養)을 하던 풍습에서 나왔고, 연등을 통해 지혜를 밝힌다는 상징성이 있다. 그 모양은 수박, 거북, 항아리 등 매우 다양하다. 관등놀이는 일반 사람들이 연등행사에 참여함을 말하듯이 초파일 행사가 불교신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민속놀이와 결합돼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침에 용암동 법계사를 찾아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며 마음을 가다듬었고, 저녁에는 대성동 명장사를 찾았다. 평소 이곳을 지나면서 작년까지 대규모로 증축하는 것을 보고 궁금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운학전(국제선원)과 대적광전(大寂光殿) 등의 웅장함에 놀랐다.

우리 지역 도심에 이처럼 유명한 구인사의 관문사찰이 있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으니 기쁘다. 방송에서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의 봉축 법요식과 다양한 경축 행사를 방영해 전국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북소리와 종소리가 법요식의 시작을 알리고 부처님과 가르침, 스님에 귀의한다는 의식인 '삼귀의',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 헌화 의식 등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보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했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표어는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이다.

참으로 참신하고 뜻깊은 표어이다. 법어처럼 '참 나(眞我)'를 찾는 깨달음을 통해 가치 있는 삶을 만들고 봉축사처럼 탐욕과 증오, 편견과 차별을 내려놓고 연대와 협력의 손을 잡아 평화와 행복의 길에 동행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처럼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부처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온 국민이 화합하는 상생의 길을 열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 운영이 불행히도 중지되고 남북이 냉각되고 있는 이 때, 남북평화체제 정착과 통일을 기원하는 남북공동발원문조차 발표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정토회에서 불교,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등 이웃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종교적 모양과 형식은 다르지만 한 마음 한 뜻으로 2시간이 넘도록 '한반도의 평화' 라는 같은 목적을 향해 염원을 모으는 모습은 모두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계기로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이 뿌리내리고 꽃피우길 기원해 본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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