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통합 청주시장에 출마할 한 인사를 만났다. 경쟁력을 갖춘 유력 후보라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눴다. 놀라운 것은 청주 공직사회 뿐 아니라 여타 지역 현안에 대해 궤뚫고 있었다. 경쟁자들에 대한 동향에서부터 현 단체장에 대한 공무원들의 평가는 물론 주법(酒法)과 밤 문화까지 거울 들여다보듯 알고 있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정치공학적인 셈법도 고차원적이었다. 필자는 순간 다양한 채널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인사는 정치에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인들과 수시 연락을 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지역 언론을 스크린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양질의 정보는 조직 내 핵심 공무원이 아니면 인지가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결론은 지방선거를 앞 둔 공무원의 줄서기 관행이었고, 이미 시작 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 때이른 줄서기 움직임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태풍이 불어닥치는 바람에 공직사회는 지방선거에 매우 예민하다. 승진의 꿈이 있는 공무원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줄서기나 줄대기를 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것이 유력 후보에 대한 줄대기로 가족 친지 모임을 동원한 선거운동 지원이다. 줄서기는 현직 단체장에게 두드러지는 것인 데 현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거나 레임덕이 올 땐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 보다 더 확실한 것은 불량 하지만 후보의 '양심'을 울리는 금품 제공이다. 갑과 을이 모두 수혜를 보는 데다 사실이 드러날 경우 모두 처벌을 받기 때문에 선거판에서 공무원의 돈은 없어서 못받는다고 할 정도다. 검찰 수사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고 국가 부도가 없는한 급여가 지급되는 공무원이 줄대기와 줄서기를 하는 것은 단 한가지 '인사'때문이다. 줄서기한 후보가 당선되면 승진이나 주요 보직에 우선권을 차지하며 임기내 주류 세력으로 군림하게 된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에게 적선한 돈은 직무과정에서 회수하게 된다. 혹 줄대기에 실패했다 해도 살생부에 올라 승진에서 누락되고 한직으로 전전해야하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뿐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라 실직할 위험은 없다.


- 공직사회 여론 선거분위기 주도


이같은 '선거 도박'을 알기에 공무원들의 줄서기 승부가 근절되지 않는다. 특히 인구 100만 명 이하 도시에서 공직사회 여론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사실상 지방선거 분위기를 주도하기에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실제 전 자치단체장 Q씨는지난 민선5기 지방선거에서 "독선적이다. 공무원을 괴롭힌다. 언행이 신중치 못하다"는 등 청내 공무원들의 비판이 시민들에게 확산되면서 재선의 발목이 잡혔다. 반면 현 자치단체장 Z씨는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합리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능력있는 인물"로 마치 Q씨의 단점과 허물을 보완할 수 있는 후보로 부각됐다. 그런데 지금의 여론은 뒤바낀 느낌이다.


지방선거 얘기가 나오면 "A때문에 B가 당선됐는데 이젠 B가 A를 돕고 있다"는 여론이 심심찮게 들린다. 여론의 '변화무쌍'함일까, 아니면 초심을 잃고 공직을 수행한 것처럼 비친 본인 때문일까.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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