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길거리에는 선전 현수막이 나붙어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 졌음을 실감나게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여야 정책 대결이 아니라 bbk 의혹 공방 선거가 되고 있는 느낌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검찰의 bbk 의혹 수사 발표에 따라 이번 대통령 선거가 좌우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찌 이나라가 이꼴이 됐는지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양상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말바꾸기가 끊이지 않아 bbk 사건에 이 후보가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bbk 수사의 핵심이 되고 있는 한글 이면계약서의 도장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당초 인감을 위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감이 위조 됐으면 당연히 가짜 계약서라는 것이어서 논의가 잠잠해져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말을 바꿔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이 후보의 도장이 맞다고 뒤집었다. 다만 이 도장은 이 후보가 김씨에게 맡겨 놓은 막도장이라고 해명했다.

아무리 막도장이라도 도장을 함부로 남에게 맡기는 사람은 없다. 설렁 맡겼다 하더라도 정말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절친한 동업 관계 아니면 도장을 맡기지 않는다. 이 후보가 도장을 맡길 정도로 김경준씨를 신뢰했다면 그만큼 동업자로써 깊은 관계였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한나라당은 해야 한다. 더구나 막도장이라는 것이 또다른 서류 여러곳에서 발견됐다. 한글 이면계약서가 작성된 시점에 이뱅크증권중개주식회사 설립 발기인 회의 의사록에 이 도장과 유사한 도장이 찍혀있다는 보도가 있다. 또 지분인수 확약서, 출자확인서, 출자지분 유지각서에도 이 도장이 나온다고 한다. 막도장이라도 중요한 서류에 이처럼 사용됐다면 아무렇게나 굴러다닐 정도의 막도장은 아닐 것이다.

bbk 명함도 해명이 부족하다. 한나라당은 bbk 회장이라고 찍힌 이 후보의 명함을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장춘 전 외무부대사가 이를 직접 받았다고 주장하고 그 증거도 제시했다. 이에대한 설명은 없고 오히려 이 전 대사가 이회창 후보를 돕는 사람이라고 궁색한 역공을 편다. 그가 이회창 후보를 돕던 안돕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함을 사용했는지 안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1999년에는 한국을 방문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99년 3월 약 한달간은 한국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고 종래의 입장을 바꿨다. 이 후보를 김씨가 99년에 만났다고 주장하는 것을 뒤집으려 한국 방문 사실을 부인했다가 여권 등을 확인하면 다 나올 사실이니까 또 다시 종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후보는 주민등록 위장 등록과 자녀 위장 취업은 인정하고 사과했다. 확실하게 드러난 부분은 곧바로 인정하고 사과한다. 그러나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끝까지 부인한다. 물론 지금은 진실이 어떤 것인지 몰라 국민들만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와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가 최대 승부처가 되고 있다. 이 후보가 주장하는 것 처럼 전혀 관련이 없다면 정말 싱겁게 끝날 공산이 커졌다. 이 후보의 지지도가 다른 후보보다 두배 가까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bbk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나면 이 후보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결국 후보 사퇴 압력에 직면, 야권이 대 혼란에 빠질것이다. 이번 선거가 여야간 정책 대결이 아니라 bbk 의혹공방이 된것이 너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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