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에 지난해 세상 뜬 어머니 향한 사모곡 담아

바비 브라운이 몸담은 보이그룹이자 1980년대를 풍미한 뉴 에디션(new edition). '히트 미 오프(hit me off)' '아임 스틸 인 러브 위드 유(i'm still in love with you)'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으며 r&b 그룹 보이스투멘이 영향받은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음악적 스승'으로 꼽는 국내 가수가 있다.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출생으로, 1990년대 인기를 끈 r&b 그룹 솔리드 출신인 가수 김조한(34)이다.

솔리드 데뷔 전, 뉴 에디션의 음악을 열렬히 따라부르던 청년은 음폭 넓고 애드리브 라인 화려한 국내 최고의 블랙뮤직(재즈ㆍ블루스ㆍ솔 등 흑인음악) 가수가 됐다.

"무술인에게 한번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영원하죠. 제 인생의 스승은 하나님이지만 제가 필요한 당시 좋은 음악을 들려준 뉴 에디션은 저의 영원한 음악 스승입니다."
김조한이 5집 '솔 패밀리(soul family) 위드 조한'을 발표했다. 뉴 에디션의 음악엔 없는 한국적인 그루브(흥)를 푹 고아 담백한 진국이 나왔다.
◇대중의 영혼 흔들려면 솔직해야
2년반 만의 새 음반. '송라이터' 김조한을 보여주려던 4집이 다소 어려웠다는 판단에 따라 친숙한 멜로디의 r&b, 솔 음악을 담았다.

고급스런 멜로디, '워워워~예~'란 그의 r&b 창법이 따라부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 고민 끝에 좋은 음악이 어려울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내 안의 나, 솔직함을 끌어냈다.
타이틀곡은 의외로 후배가수 성시경이 쓴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성시경과 소주 한잔하고 작업실에서 듣고는 담백한 멜로디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에릭 클랩튼의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는 쉬우면서 멜로디가 뛰어난 명곡이잖아요. 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게 중요하죠. 어렵다고 얘기하면 가수의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한 겁니다. 전 메신저니까 솔직하게 만들어서 맛있다는 얘길 듣고 싶어요."
신작이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다. 1998년 결혼한 아내, 다섯 살 딸은 창작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의 옆을 묵묵히 지켜줬다.
"한창 '걸레'였어요. 눈도 매일 부어 있었고. 이번처럼 우여곡절 많은 음반이 있을까요. 예상치 못한 사고에 거의 전곡을 녹음하고 다시 또 하고. 계속 비 올 때처럼 '그냥 맞지 뭐' 이런 심정이 되더군요."
음반 작업 때뿐만이 아니다. 1월 미국 사막에서 친구 부부와 산악오토바이(atv)를 타고 귀가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갑작스런 회오리를 만나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사랑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다른 음반 작업차 한국에 잠시 나온 탓에 임종도 하지 못했다. 수록곡 '안녕…'은 어머니를 향한 마지막 감사의 인사다.

그는 "언젠가 어머니께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라며 "이번 음반은 어머니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아쉬워했다.

◇음악, 사랑할수록 계산 말아야
김조한은 고3 시절, 교회에 다니면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랩을 하며 춤추는 걸 좋아해 1989년부터 댄스 대회에 숱하게 나갔다. 그리고 깊이 빠져든 흑인음악.
그가 일컫는 솔 패밀리는 음악 동료, 혹은 일면식이 없어도 그의 음악을 통해 영혼을 달랜 모든 이들을 뜻한다. 이번 음반에 참여한 타이거jk,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 김진표, 후니훈, 전제덕, 스티비원더 밴드도 패밀리의 일원인 셈.
"우린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스스로 영혼에 도장을 찍고 인생을 변화시키지만 정작 목사님은 이 사실을 모르죠. 제 노래를 듣고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 저의 솔 패밀리입니다."
이 같은 음악을 향한 고집 덕택일까. 음반 시장이 어렵다지만 돈 안되는 음악도 누군가에겐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추억이 된다는 생각에 자꾸 애쓰게 된다.
"요즘 가수들이 cd를 안 찍을 거란 말들을 하는데 진정한 팬들은 점점 불행해지죠. 제 노래가 전 차트에 올라가 통장이 터지면 좋겠지만, 진정 사랑한다면 계산하지 말아야 하는 거잖아요. 전 조건이 나빠도 사랑하면 아낌없이 줄 겁니다. 이번 음반을 마지막 사랑이란 각오로 만들었지만 cd는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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