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고등학교 때부터는 운동을 포기하고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주말 전국의 체육 꿈나무들의 대전이 열린 대구과학대학교 유도경기장에서 충북 대표로 출전한 한 여중생이 스카웃 제의를 하는 고교 체육교사에게 건넨 절망적인 답변이다. 체육교사는 이 선수가 비록 8강에서 탈락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운을 뗀 모양이었다. “운동은 최소 국가대표가 돼야 취직을 할 수 있는 데 공부는 열심히하면 취직 할 수 있잖아요.”이 선수가 운동으로의 희망을 접기로한 것은 결국 미래의 ‘일자리’걱정이란 현실 때문이었다. 마침 이 선수가 마지막 경기에 출전한 뒤 관중석에서 동료선수를 응원할 때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을 책임진 김정행 대한체육회 회장과 박종길 문화체육부 차관이 경기장을 찾았다. 대회 진행자는 경기중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통해‘유도 대통령’‘ 성공한 체육인’ 등의 수식어를 사용하며 이들을 소개했다. 박 차관은 경기장을 돌며 마치 정치인이 얼굴을 알리듯 임원 선수 학부형 등과 악수를 나눴다.


- 희망을 잃은‘청소년 체육’

아쉬운 것은 경기에 패해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체육 꿈나무들에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비록 1등을 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없었다. 김 회장과 박 차관은 각각 유도와 사격 선수 출신으로 대학 총장(용인대)과 선수육성을 책임진 태릉선수촌장을 경험했던 체육행정의 달인인지라더욱 그러했다. 물론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우리나라가 스포츠 위상에 걸맞게 운동선수의 학습권 보장 등 학교체육에 대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1등만이 살아남는 한국 체육의 현실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한 선수와 학부모들의 입장에선 ‘ 공염불 취임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엘리트 체육인으로 성공을 하려면 그 세대에서 1%안에 들어야 한다. 국가 대표와 함께 국제대회에 출선해 3위 입상해야만 안정된 직장에서 지도자 등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 진학 후 교사가 돼야하는 데 학습을 멀리 한 특기생 출신이 고시라 일컫는 임용시험에 합격하기란 극히 어렵다.


- 1등만 존재하는 한국체육


이로인해 대부분의 체육인들은 전문성과 무관하게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반면 공부는 같은 연배에서 10% 내 포함되면 중산층 생활이 가능한 신분과 정년을 보장받는 직장을 얻을 수 있다. 국가고시를 통해 판사· 검사가 되거나 의사 ·변호사·회계사·교사가 되면 성공한 삶의 보증수표다. 그 다음 신의 직장이라 일컫는 공기업 은행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처럼 수치로보나 현실적으로나 엘리트 체육인으로 성공하기란 공부보다 몇 배 더 힘들다. 런던 올림픽 유도 금메달 리스트 김재범이 “죽기살기로 훈련을 했다”고하지 않는가. 물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스포츠 강국이란 한국에서 꿈나무 선수들의 입에서 “운동을 하면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란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헝그리 정신’에 의한 선수육성은 이제 옛날 성적표가 됐다. 선수들에게 꿈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않는다면 한국체육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체육 당국의 각성을 촉구한다.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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