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5일은 지역 기업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날이다.

전국적으로 예고없는 정전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돼 버린 '그날'을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시민들은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공장은 기계가 멈춰버렸다.

예년 같으면 한 여름 더위가 물러났어야 할 시기에 이상 기온이 계속되면서 전력 소비가 급작스레 늘자 정전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전력거래소도 9월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다못해 순환정전이라도 시행했으면 그런 대형 사고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기업이 청주에 있었다.

청주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렉서'다.

렉서는 정전으로 22개 성장로가 모두 파손됐고 수리비용, 카본 구입비, 실리콘 구입비, 영업손실까지 무려 4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정부 보상도 여의치 않으면서 렉서는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예전의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렉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그 당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었다.

여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9·15 정전사태가 상기되는 이유는 물론 원전 가동 중단 사태로 심각한 전력난이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발전소까지 멈추는 '블랙아웃(Black-out)' 사태까지 배제키 어렵다면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윤 장관은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을 발표에서 "정부가 전력수급대책을 통해 최대한 방어를 하겠지만 발전기 고장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정부는 산업용과 일반용 등 선택형 요금제를 확대하고 주택용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렇게 정부부터 상당히 긴장하는 빛을 보이자 기업들도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다.

LG화학은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통합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구축에 들어갔고, 국가적 전력수급 위기를 대비해 자체절전활동 외에 비상발전기를 운영해 리스크(Risk)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용계획 대비 10% 이상 에너지 절감계획을 세우고, 목표달성을 위한 전담팀까지 꾸려 대비에 나섰다.

SK하이닉스도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올해는 한층 강화해 건물조도를 낮추고 절전순찰 활동과 비상전력대응시스템 점검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 외 다른 기업들도 전력 피크(peak) 시간 냉방기 가동을중단시키고, 사무실 최소 조도 유지하는가 하면 생산량 조정을 통해 전력을 분산시키는 등 갖가지 여름 전력난 대비 방어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력거래소가 정확한 예측을 통해 정전을 막아야 한다.

소비처와 관리 기관 모두 최악의 전력난을 충분히 대비할 때 9·15 사태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이정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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