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에서 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제어 케이블이 사용돼 원전 가동이 무더기로 중단됐다. 전력 공급의 30%를 담당하는 원전 23기 가운데 10기가 멈춰섰기 때문에 올여름 전력 공급능력이 7700만㎾로 떨어져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7900만㎾)보다 200만㎾의 전력이 부족하게 됐다. 최악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막으려면 순환 정전이나 제한 송전은 어쩔 수 없게 됐다. 안전도 담보할 수 없고 이미 납품 비리는 값비싼 대가를 예고하고 있다. 원전 가동이 9월까지 중단될 경우 LNG 발전이 늘어나 1조원을 웃도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초여름부터 더위기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가 전력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절전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전력난을 무사히 넘길지는 의문이다. 해법은 ‘절전 ’뿐인 데 분노한 국민 감정을 어떻게 달래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다.그러지않고 국민에게만 불편을 감내하라면 절전운동은 실패할 것이다.


- 절전 운동 국민분노 가라앉아야


국민은 원전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면서 체벌형이 존재한다면 ‘전기고문’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일 것이다. 격앙된 국민적 공분을 가라앉히고 절전운동에 성공하려면 원전비리에 대한 진상과 관련자 처벌이 전제돼야 한다다. 취임 후 처음으로 초대형 부정 사건을 접한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전 시험서 위조 사건은 결코 있어서도 용납될 수도 없는 일로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개인의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격노함은 물론 엄중처벌을 주문했다. 원전비리는 그동안 민관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전국 원전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으나 성적서 변조를 적발하지 못 했다. 제보를 통해 시험성적 위조에다 불량 부품 납품 제조에서 승인까지 비리 백화점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재는 게 편’식의 원전 부품 납품과 제품 인증 검사 시스템상 비리커넥션은 밝혀질 수 없는 구조였다.


- 비리 관련자 재산 압류 추징해야


전력 문제는 국민 생활은 물론 국가 안보에도 직결되는 데 이속 챙기기에 악용했으니 정홍원 국무총리가 언급한대로 ‘천인공노’할 일이다. 일본 열도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작은 부품의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 원전의 안전 공포는 가히 충격적이다. 그래놓고 국민에게 절전을 호소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원전마피아’의 거대한 비리 전모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정부의 절전운동에 딴지를 걸 것이며 블랙아웃 사태로인한 전력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도둑질로 배 불린 X들은 따로있는 데 왜 국민만 고통을 감내해야 하느냐”는 폭발된 직전의 분노를 가라 앉히고 “정부는 밉지만 방법은 절전뿐”이라는 공감대를 갖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에 그처선 안 된다. 손실된 국민혈세를 회수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재산추징을 병행해야 한다. 앞서 재산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압류조치를 하는 것이 옳다.원전비리수사 결과는 박근혜정부 도덕성의 잣대가 될수도 있다. 지금 국민은 원전비리에 분노하고 있다.



/이광형 논설위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