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시장의 임기중엔 유난히 청주시 공무원들의 비리와 일탈행동이 자주 눈에 띈다. 청주시에 따르면 한 시장 임기 3년간 비리 등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무려 35명이나 된다. 최근에는 개청 이래 최대 독직 사건이 터져 ‘교육의 도시 청주’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시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폐건물인 KT&G 청주공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로 지난 일 구속된 청주시 6급 공무원 이모(51)씨는 청주시 기업지원과장으로 재직하면서 KT&G의 용역업체 N사로부터6억6000만 원을 받고 편의를 제공해했다. 시민 혈세를 축내 자신의 배를 채운 셈이다. 앞서 이 씨는 지난해 10월엔 부하 여직원을 7년간 성희롱과 성추행은 물론 직원들로부터 1억3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해임된 뒤 소청에 의해 강등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전력으로 볼 때 누구보다 재범 위험이 있는 ‘잠정적 피의자’였다. 하지만 이 씨는 인사권자인 한 시장의 두터운 신뢰 때문인지 물의를 빚은 뒤에도 자리를 보존하는 혜택을 누려 동일사건 징계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다.


- 문제의 공무원 중용 인사불신

한 시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 10일 "시장으로서 시민에게 죄송하고, 결재권자로서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식사과 했다. 한 시장이 시민들에게 사과를 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토지 보상비리, 성추행, 금품수수, 무분별한 금품 차용 등으로 사법처리 당한 공무원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이며 비리 유형도 다양해 마치 비리 '복마전' 수준이다. 나사풀린 근무행태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한 시장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직접나서 해박한 지식에서 나오는 언변으로 청렴교육과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비리는 근절되지 않았다. 탐욕스런 공무원들에겐 ‘소 귀에 경읽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원인에 대해 공무원들은 “인사가만사인 데 자질과 능력이 문제가 있는 공무원을 중용하는 것을 보면 한 시장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저 사람은 아닌데”라는 부정적 여론에서도 승진이나 주요 보직에 임명해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반복해 왔다는 게 중론이다.


- 기강해이 비리와 실정 불러


그 결과 취임 초 한 시장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저 왔던 ‘소통’은‘위장된 소통’으로 인식되고, 예측가능한 인사나 합리적 시정 추진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공조직의 비리와 실정은 인사실패에 따른 기강해이 원인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일정 중 성추문을 일으켜 국제적 망신살을 퍼뜨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며 인사 실패에 대해 공식사과 했다. 언론계를 중심으로 “문제가 있는가 있는사람, 사고칠 사람”이라는 세평을 외면한 채 불통인사를 단행한 결과였다. 한 시장 또한 문제를 일으킨 공무원의 후흑(厚黑·얼굴이 두껍고 속이 검음)함을 모르고 혼자만의 판단으로 중용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보는 눈에 문제가 있거나 피치못할 속사정이 있을 것인 데 이쯤되면 바로잡아야 하지않겠는가. 나랏님도 실수를 하는데 시장이라고 실수 하지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하면 고의(故意)로 보인다.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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