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어느 날 청주시내 중심가에 우뚝 장승처럼 서 있게 됐다. 전봇대보다 훨씬 더 큰, 4∼5층 높이 건물 옥상까지 올라가는 금강송이다.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에서 실려왔는지 옆의 잔가지들이 모두 잘린 채로 15그루 정도가 서있게 됐다. 그 소나무가 심어진지 3년이 됐고 그 중 12그루가 무참하게 잘려나갔다. 지금 도심의 흉물처럼 말라죽어가고 있는 나머지 3그루도 언제 잘려나갈지 보기에 애처롭다. 멀지 않아 잘려나갈 것이다. 말라죽어가는 소나무를 보면서 한탄한다. 청주시가 1004만 그루의 나무를 10년 동안 심을 것이란다. 1년에 100만 그루를 심는 것인데 소나무 뿐 아니라 각종 나무에 투자하는 돈이 올해도 몇 십억 원인가 소요된다고 하는데 얼마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소나무 업자가 누군지 청주시내 번화가 네 거리를 소나무로 꽉 채워 심었다.

소나무를 예찬하는 노래도 있지만 해발 700m 정도의 산에서 살아야 할 소나무가 각 지역 도시 중심으로 이사 오게 된 것은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부터다. 지자체 예산이 넘쳐나는지 시의 예산으로 이런 엄청난 나무작업이 시작됐다. 소나무가 말라죽어가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면서 비하동 롯데마트 아울렛 건설 중단을 요구하던 중 청주시장을 만나 거대한 소나무가 잘려나가는 데 대해 질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하는 말씀이 3년 안에 하자가 있으면 업자가 다시 심어주니까 걱정하지 말란다. 나는 그때 시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어낸 곳에는 아주 작은 소나무가 심겼다. 전 소나무의 3분의 1정도 밖에 안 된다. 시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가 죽어가면서 시민경제도 죽어갔다. 장사가 안 된다. 경제민주화? 웃기는 이야기다.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소나무가 죽었고 시민경제도 죽어갔다. 대형마트 짓게 하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롯데대형마트가 오픈하면서 성안길 입구에서 등산용품을 팔던 대형 상점 인터파크가 4년 만에 먼저 문을 닫았다. 서문다리 골목 주네스에 입점해 있던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재래시장 옷가게 들도 문을 닫았다. 주네스 복합영화관도 망했다. 그리고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도 썰렁하다. 시민과 기업, 시민단체들이 기증한 나무를 심어서 돈이 들지 않았다고 언론에 자랑했는데 정말 그런가?

운반·식재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그것도 시민이나 시민단체, 기업이 부담하는가? 그러면 그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가. 청주시장은 위대하다. 이런 프로젝트를 구상했으니 말이다. 청주는 산이 가까운데 우암산(와우산)에는 소나무가 없다. 그런데 시내에는 소나무 천지다. 소나무가 잘 생기지도 않았다. 그냥 볼품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청주 중앙로 소나무여 죽지 마라. 내년에 청주시장 다시 뽑아야 한다.


/김창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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