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축구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73세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이겠지만 축구 팬들의 입장에서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휘하는 명장의 모습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퍼거슨 감독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뛰면서부터일 것이다. 박지성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서 맨유를 응원하게 됐고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는 순간 그의 곁에는 항상 퍼거슨 감독이 있었다. 퍼거슨은 1974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현역 시절에는 그리 유명한 축구선수가 아니었으며 퍼거슨 자신도 자기 현실을 직시해 일찍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감독자격증을 취득, 세인트 미렌이라는 팀에서 처음 사령탑을 맡았다.

그 후 에버딘FC에서 1978∼1986년 감독생활을 하다 198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게 됐다. 그는 1983년 에버딘FC 감독 시 UEFA위너스컵에서 첫 우승을 하면서 지도자 자질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년까지 무려 26년간 맨유에서 감독을 하면서 총 12번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FA컵 5회 우승, 칼링 컵 4회 우승, FA채리티 커뮤니티 실드 8회 우승, USFA위너스컵 1회 우승,UEFA슈퍼컵 1회 우승, FLFA클럽 월드컵 2회 우승 등 엄청난 업적을 맨유에 남겼다. 한 두 번 우승도 힘든 현실에서 이렇게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의 뛰어난 리더십이다.

감독은 당연히 리그 성적이 좋아야 하며 팀을 위한 미래 지향적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의 리더십은 26년 동안 팀 성적 뿐 아니라 선수 관리 및 구단과의 관계에서도 보여진다. 둘째, 그의 주변에는 대부분 우수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가 맨유에 있는 동안 데이비드 베컴, 호날두, 루니 등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 들이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구단의 전폭적 지원과 맨유 팬들의 성원이 퍼거슨 감독을 명장으로 만들어 줬다. 우승 숫자가 많은 만큼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 지기도 했고 그의 손을 거쳐 나가기도 했다. 박지성 선수도 그의 손을 거쳐 세계적 플레이어가 됐다.

맨유에서 선수로 활약하다 다른 팀에 이적해도 친정 팀 맨유의 유니폼을 다시 입고 싶다고 얘기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퍼거슨의 선수친화적 관리 능력의 카리스마를 알 수 있다. 퍼거슨의 맨유 마지막 경기 날 맨유 축구장(올드트레포드)은 떠나는 명장을 보려는 수많은 팬들로 꽉 찼다. 떠나는 감독을 위로하듯 때마침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관중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떠나는 세기의 명장에게 끝까지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이 날 퍼거슨이 씹었던 껌이 '이베이'에 나와 무려 39만 파운드(한화 약 6억6000만원)에 팔렸다고 하니 그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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