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기 창
전 청주대 환경공학과 교수

성탄절이 가까워 오면서 오래전에 어느 교회에서 있었던 연극 공연을 회상해 본다. 지진아 "덕 구"를 통하여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내용으로 꾸며진 <빈방 있습니까?.>라는 연극 이었다,

작은 교회에서 성탄 극 을 공연하기 위하여 준비 하던 고등부의 지도교사는 "덕 구"를 출연 시켜 연극이 잘못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과감하게 지진아인 "덕 구"를 조연급인 여관주인 역을 맡긴다. 덕 구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가면서 눈물 겹도록 노력 하면서 연습하고 있었다. 마침내 성탄절 저녁에 연극 공연 시작되었다,

객석을 메운 교인들 앞에서 연극은 진지하게 원만 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연극이 한 참 무르익어 "요 셉" 과 만삭이 된 "마리아" 가 여관으로 들어와 빈방을 애타게 찾는 장면에 이르렀다. 지친 목소리로 요셉이 <빈방 있습니까?> 라고 물음에 이르렀을 때 "덕 구"는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연극 내용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 들면서 심하게 갈등을 느끼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절규한다. "사실은요 빈방이 있는 데요 그런데 빈방이 없다고 말하래요 그리고 예수님을 마구간에서 낳으라고 선생님이 연습을 시켰어요. 그리고 그렇게 말하래요. 우리 집 에 빈방 있어요!"

그 당시의 이 장면을 회상 하여 보면서 과연 우리들 마음속 에 지진아인 "덕 구" 의 마음 과 같이 아기 예수를 모실만한 빈방이 마련되어 있는가? 생각 해본다, 12월이 되면 온통 세상은 크리스마스 축제로 야단법석 이다. 요란한 상행위로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여기 저기 서 있고 성탄을 축하 하는 케롤 이 여기 저기 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 데 너나 할 것 없이 축제 분위기를 맞아 유난히 그 날만은 술집이 만원이며 거리마다 흥청거리는 모습들이 밤늦도록 이어지는 것이 도시의 풍경이다. 결국 성탄절은 너나 할 것 없이 한바탕 웃고 떠들고 취해서 떠들며 즐기다가 그 시간 만 지나면 훌쩍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서 성탄절 대목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 전 초라한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 찬양 했던 진정한 감격을 예전처럼 다시 찾을 수 없을까?

아기 예수의 탄생을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덕 구" 의 마음과 같이 마음으로 축하 하면서 나 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고통 받는 이웃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하여 정성을 모아 그들을 위로 할 때 이것이 진정한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의미라고 생각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서는 무엇 보다 아기예수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빈방"이 우리 마음에 얼마나 준비 되어 있는지 우선 내 자신부터 노크 해 보면서 예수 탄생의 축제를 통해 성탄 문화가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쩌면 예수님께 서도 떠들썩하고 요란한 축제 보다는 거룩하고 고요한 가운데 은혜로운 성탄절이 되기를 바라고 계실 것이다.

2007년은 유난히도 온 세계가 시끄러웠고 우리사회도 불안한 가운데 온갖 불만이 팽배 하면서 사회질서는 무너지고 정치적 분위기는 완전히 붕괴된 상태이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바라는 은혜의 성탄절은 멀어져 가고 있다.

아직도 지구촌 이곳 저곳에서는 테러에 의한 참담한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자행되면서 더욱 더 불안과 공포가 확산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못지않게 불쌍한 처지에 놓여 있는 소년소녀 가장과 돌보아 줄 사람 없는 혼자서 살고 있는 노인 들의 처지와 또한 몸을 자유롭게 가누지 못하는 지체 부자유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들이 요구된다. 그들을 위해서 도움을 주는 것은 국가나 또는 관련된 기관만이 할 일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내 가정에서. 내 형제가 그런 처지에 놓였을 때를 생각하고 차분한 심정으로 오늘 하루 만이라도 그들을 위하여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유대인 작가 "엔 리 웨 젤"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억난다. 나치 수용소에서 유대인 어린소년이 질병으로 고통 받으며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오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 라고 절규 하고 있을 때 그의 내면에 나지막한 음성이 들렸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지금 죽어가는 저 소년과 고통을 함께 하고 있다"라는 말이 들렸다고 한다. "덕 구"의 절규처럼 진정한 빈방을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리고 훈훈한 2007년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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