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에는 전국적으로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가 많다. 한국을 넘어 이제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된 직지를 비롯해 풍부한 볼거리·먹을거리, 그 모두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선조들의 깊은 지혜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도민들의 마음이 담겨진 우리의 소중한 재산들이다. 거기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생겼다. '충북다문화포럼'. 포럼은 다문화가정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민간단체로, 약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5월 충북도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식 승인을 받았다. 처음에는 일본 부인들이 앞장섰다. 타 지역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돼 언어·경제력 면에서 한계가 있고, 아직 자녀들이 어려 충분히 시간을 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회원 수가 부쩍 늘었고 출신국가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주변의 시민들도 재능기부, 물품기증 등을 통해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그 동안 독서지도, 발음교정, 회화기법향상,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외국어 무료 교육, 진로개척지도 등을 해 왔는데 그 중 충청일보 3월 20일자에 보도된 바, 도내 거주 취약계층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한 일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 동안 중·고등학교에서 방과후교실이나 문화체험 활동을 통해 조금씩 모은 강사료의 일부를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가정의 아동을 위해 내놓은 것이었다. 강사들도 스스로 교육하고 양성했다 하니 그 의의가 더 크다. 포럼이 여기까지 온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다문화가정 스스로가 비영리민간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근거조차 없다며 도청에서 정부에 문의할 정도였다. 처음 행정안전부에서 판단이 안 서자 결국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겨우 가능하다는 답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실적이 미흡하니, 서류가 미비하니 하면서 시간만 흘러갔다.

그 때마다 다문화가정 부인들이 사방팔방 다니면서 고개 숙여 협조를 부탁하고, 서툰 한국어로 포럼의 취지와 비전을 설명하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빌어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진 것이 포럼이다. 대한민국에서 최초, 현 시점에선 유일한 '다문화가정의, 다문화가정에 의한, 다문화가정을 위한 비영리민간단체'다. 비록 시작은 작았지만 그들의 꿈은 야무지다. 기존 다문화가정 지원이 대부분 다문화가정을 '한국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포럼은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자존감을 갖게 한 다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시이 스미꼬 대표는 "우리를 따뜻하게 받아주고 많은 배려와 관심으로 지원해 주신 한국 분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던 게 포럼 창립의 동기였다"며 "결혼이주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자조(自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우리 자녀들을 훌륭한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나 역시 다문화가정의 일원으로 충북도, 아니 전국의 뜻있는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간절히 부탁드린다. 충북다문화포럼, 파이팅!!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